"보험약가 기준 '최저실거래가制'는 부당" … 법원

중앙일보

입력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부터 실시한 '약가상환 최저 실거래가 제도'에 대해 법원이 "영세 제약업자의 유통 구조나 '카피약'의 진입장벽에 따른 과도한 약가 인하 상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당한 제도"라는 판단을 내려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복지부가 최저 실거래가 제도를 작년에 시행하면서 1년간 한시 시행후 재심의를 받기로 단서를 달고 현재까지 시행중인 점 등에 비춰 이 제도의 계속 시행 여부 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규제개혁위원회 재심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백춘기 부장판사)는 지난해 S제약과 K제약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각각 낸 별건의 보험약가 인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복지부의 원고 회사 의약품에 대한 보험급여 상한금액 인하를 취소한다"며 모두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약업체가 특정 도매업소에 평균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약품을 공급했을 경우 복지부는 도매업소의 유통구조상 위치, 요양기관(병.의원, 약국, 보건소)이 도매업소에서 약제를 공급받은 실제가격, 해당 약품이 요양기관에 최종공급된 총량과 가격 등을 모두 반영해 약가 상한금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제약업자나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카피약'의 경우 특정 도매업소(총판)에 영업 및 판촉까지 맡기면서 그 대가로 일반 도매업소에 비해 높은 할인율로 약품을 공급하게 돼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진다"며 "소수의 도매업소들에 대한 공급 가격만 조사해 약품 상한금액을 인하한 복지부 결정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약가 `거품'을 걷어낸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보험의약품 실거래내역을 조사해 보험약가 상한금액보다 낮게 거래된 사실이 확인된 138개 제약사의 782개 품목의 보험약가를 같은해 8월부터 인하했다.

'최저 실거래가 제도'는 보험약가 기준을 가중평균가에서 최저실거래가로 바꾼 것으로 예를 들어 A라는 의약품의 총 16개 거래내역이 100원 5개, 90원 10개, 80원 1개인 경우 이전까지는 가중평균가(거래물량을 고려한 평균가)를 적용해 92.5원으로 조정했으나 현재 최저실거래가를 적용, 80원으로 인하한 것이다.

이 제도를 따를 경우 의약품의 판매비나 유통마진이 높을수록 요양기관에서 채택되지 않게 돼 영세업체로선 더욱 불리해진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