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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아이는 수십년뒤 깨어날 꿈 꾼다···中냉동인간 10인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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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방송된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냉동인간 실험 후 20년 만에 깨어났을 때의 상황을 담았다. 살아 돌아온 가족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냉동되어 있던 시간차로 인해 가족·연인 간 발생하는 간극과 부작용을 함께 다뤘다.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스틸컷 [사진 더우반]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스틸컷 [사진 더우반]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던 '냉동인간'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21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독자 시설을 갖춘 인체냉동기관은 오직 네 곳 뿐이다. 미국의 알코르(Alcor)와 CI(Cryonice Institute), 러시아의 크리오러스(KrioRus),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중국에 있다. 산둥(山东) 인펑(银丰) 생명과학연구원(生命科学研究院)이다.

전세계 4개 인체냉동센터 중 하나 중국에 위치 #의료, 종교, 법률, 가족애 둘러싸고 논쟁 지속 # #

인펑 생명과학연구원 설립 후 지금까지 중국에는 소위 ‘냉동인간’이 10명 생겼다. 그 중에는 유명 기업가도 있고 10대 소년도 있다. 중국 매체 이탸오(一条)의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최초의 인체냉동센터 및 '인체냉동'을 택한 중국인과 그 가족의 사연을 전한다.

[사진 이탸오]

[사진 이탸오]

중국 최초의 인체냉동센터, 산둥 인펑 생명과학연구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7년 5월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300여 명이 자문을 구했고, 실제로 '냉동인간'이 된 사람은 10명이다. 최고령은 72세, 최연소자는 13세에 불과하다.

'냉동인간' 10명은 생명과학연구원 3층 액체질소관 속에 잠들어 있다. 유리창 너머 줄지어 있는 액체질소관이 보이고, 스크린에는 데이터가 어른거린다.

[사진 이탸오]

[사진 이탸오]

중국 본토 최초의 '냉동인간'

2015년 5월, 당시 45세 잔원롄(展文莲)은 여동생을 따라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폐암 판정을 받았다. 베이징, 상하이, 멀리 캐나다까지 수소문해 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폐암 말기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로 같았다.

항암치료는 잔원롄의 몸을 갉아먹었다. 암은 빠르게 뇌로 전이됐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수술 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괴로워하는 남편 구이쥔민(桂军民)을 보고 주치의가 던진 한 마디가 씨앗이 됐다.

“혹시 인체 냉동을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잔원롄-구이쥔민 부부 [사진 이탸오]

잔원롄-구이쥔민 부부 [사진 이탸오]

의사의 말을 듣고 조사해본 결과 구이쥔민은 자신의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인체냉동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튿날 곧장 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아내가 인체 냉동 기준에 맞는지 심사를 거쳐 최종 확인을 받은 후 아내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나을 때 인체를 냉동하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남편 구이쥔민은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 자신의 손으로 아내의 호흡기를 제거했다.

[사진 이탸오]

[사진 이탸오]

사실 '중국 최초의 냉동인간'으로 알려진 사람은 따로 있다. SF 소설 〈삼체(三体)〉의 감수를 맡기도 했던 작가 두훙(杜虹)이다. 2015년 5월, 두훙은 대뇌 냉동 보존 수술을 받았다. 두훙은 중국 최초로 인체의 일부를 냉동시켰다면, 잔원롄은 중국 본토에서 최초로 전신을 냉동시킨 사례다.

작가 두훙 [사진 이탸오]

작가 두훙 [사진 이탸오]

인체를 저온 보존하는 것과 일부 기관을 냉동시키는 것은 큰 차이점이 있다. 전자의 어려움은 세포 해동에 있다. 냉동 시 인체의 수분이 결빙되면서 날카로운 칼처럼 변해 세포 조직을 파괴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 수술실에서 대퇴동맥과 경동맥을 통해 체외순환 통로를 만들고 체외순환기를 사용해 환자의 체온을 섭씨 18도까지 빠르게 낮춘 다음 혈액을 치환한다. 수술은 거의 5-6시간 동안 지속된다. 혈액을 냉동 보호액으로 치환시키고 나면 장기 보존 기간 동안 얼음이 형성될 가능성을 낮춰 신체 세포 파괴의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사진 이탸오]

[사진 이탸오]

중국 최초의 인체냉동센터, 기술은 미국에 손색 없다?

산둥 인펑 생명과학연구원의 전신은 2013년 설립된 저온 연구 실험실(低温研究实验室)이다. '중국 최초의 전신 냉동인간' 잔원롄의 수술 이전에, 중국 인체냉동팀은 동물 실험을 수차례 진행했다.

이 팀은 의사, 과학자를 포함한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에서 인체 냉동 분야 전문가 아론 드레이크(Aaron Drake)도 모셔왔다. 그는 중국 작가 두훙의 대뇌 냉동 수술 및 세계 최연소 냉동인간인 태국 소녀 에인즈(Einz)의 수술에도 참여한 주인공이다.

왼쪽 사진 가운데가 아론 드레이크 [사진 이탸오]

왼쪽 사진 가운데가 아론 드레이크 [사진 이탸오]

현재,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독자적인 인체 냉동 기관을 가진 국가다. "심장 삽관 없이 경동맥과 대퇴동맥을 통해서 관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은 상당히 선진적인 수준"이라고 중국 매체 이탸오는 보도했다.

전세계 냉동인간 500명, 윤리 논쟁은 지속

3세 때 냉동 수술을 받은 태국 소녀 에인즈, 미국 Alcor에 잠들어 있다. [사진 영화 〈Hope Frozen〉]

3세 때 냉동 수술을 받은 태국 소녀 에인즈, 미국 Alcor에 잠들어 있다. [사진 영화 〈Hope Frozen〉]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냉동인간의 수는 500명에 육박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중국의 냉동인간 10명 가운데 2명만이 자발적인 선택을 했고 나머지는 전부 가족이 택한 결정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이 남은 부모나 자녀, 배우자가 내린 선택이었다.

가장 최근 인체 냉동을 결정한 사람은 유명한 교육 기업가다. 40대 나이에 암 선고를 받았다. 모친이 불치병을 얻었음을 알게 된 아들은 어머니의 인체를 냉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대다수가 외동 자녀를 뒀거나 자녀가 없는(잃은) 집이 많습니다. 병이든 불의의 사고든 한 사람을 잃는 일은 가족 전체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지요. 인체 냉동이라는 방식으로라도 온전한 가족을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그저 심리적인 안정에 불과할지라도 말이죠.”-생명과학원 부원장 자춘성(贾春生)

인체냉동에 대한 논쟁은 주로 윤리적인 측면에서 제기된다. 이를 위해 생명과학원에서는 전문적으로 의학윤리위원회를 설립했다. 자춘성 부원장은 “인체 냉동의 이면에는 법률, 의학, 윤리, 종교, 가족간의 정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진 이탸오]

[사진 이탸오]

윤리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로 냉동인간에 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냉동 상태로 잠들었다가 수십 년 만에 ‘부활’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미 주변의 가족은 세상을 떠났고, 사회의 모습과 규범도 크게 달라졌다. '부활'한 냉동인간은 달라진 세상에 홀로 남아 전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시 살아난 의미가 있을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지는 달라진다.

테네시 [사진 이탸오]

테네시 [사진 이탸오]

2020년 12월 미국 테네시 주, 27년 전 액화질소관에 냉동됐던 배아가 ‘환생’했다. 어머니의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된 이 배아는 건강한 여아로 태어났다. 부모, 자녀, 혹은 배우자의 인체 냉동을 택한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소식이었다.

차이나랩 홍성현
출처 이탸오(一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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