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윤여정, 자타공인 예능 블루칩

중앙일보

입력 2021.01.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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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윤스테이’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윤여정.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며 손님들과 어울린다. [사진 tvN]

‘윤스테이’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윤여정.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며 손님들과 어울린다. [사진 tvN]

“아무튼 우려먹는 거는 1등이야, 정말 대한민국에서.”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고택 체험
tvN ‘윤스테이’서 손님맞이 역할
유창한 영어, 센스있는 입담 뽐내
막내 최우식도 한몫, 시청률 선방

tvN 신규 예능 ‘윤스테이’ 제목을 들은 이서진의 말이다. ‘꽃보다 할배’(2013)를 시작으로 ‘삼시세끼’(2014)를 거쳐 ‘윤식당’(2017)에 이르기까지 나영석 PD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그이기에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지난해 봄부터 준비한 ‘윤식당 3’ 해외 촬영이 코로나 19 장기화로 어려워지자, 전남 구례 고택에서의 한식 체험으로 눈을 돌렸다. 앞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한 ‘스페인하숙’(2019)의 경험을 살린 숙박업 도전이다.

8일 방송된 첫 회 시청률은 8.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윤식당 2’(2018) 첫 회 시청률 14.1%에 못 미치지만 ‘스페인하숙’(7.6%)이나 지난해 올린 숏폼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2.9%), 홈캉스 리얼리티 ‘여름방학’(5.0%)보다 더 높다.

새롭게 주방을 맡게 된 박서준과 정유미. [사진 tvN]

새롭게 주방을 맡게 된 박서준과 정유미. [사진 tvN]

새로 단장한 ‘윤스테이’의 성공 관건은 과연 국내에서 한식과 한옥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끌어낼 수 있는가였다. ‘윤식당’은 해외에서 한식당을 열어 외국인의 시선을 담아낼 수 있었지만 ‘윤스테이’는 자칫 잘못하면 ‘삼시세끼’나 ‘이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림이 펼쳐질 수도 있는 탓이다. ‘윤식당’ 1, 2 조연출을 거쳐 ‘윤스테이’ 공동연출을 맡게 된 김세희 PD는 “프로그램을 둘러싼 고민이 많던 와중에, 학업이나 업무상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문화를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좀 더 좋은 시기에 왔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그들에게 한국의 미와 운치를 제대로 알려주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 체류 기간 1년 미만의 외국인으로 대상을 한정한 것은 ‘묘수’가 됐다. 300년이 넘은 전남 구례 고택 쌍산재는 한국 시청자들의 눈에도 인도네시아 길리트라왕안 해변가나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보다 더 이국적인 풍광으로 비춰졌고, 수제떡갈비나 궁중떡볶이 같은 코스 요리도 큰 호기심을 자아냈다.

객실부 최우식과 이서진. [사진 tvN]

객실부 최우식과 이서진. [사진 tvN]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상과 괴리된 탈 국적의 시공간을 만들면서 ‘윤식당’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동시에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는 현시점 시청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한국인조차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통한 셈이다.

출연진 역할에 변화를 준 것도 주효했다. 특히 주방에서 요리를 전담한 대표 윤여정이 바깥으로 나와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이야기가 한층 풍성해졌다. 윤여정은 유창한 영어 실력과 센스 있는 입담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오프라 윤프리’ ‘윤선생 영어교실’ 등 별명이 생겼을 정도. 캐나다 교포 출신인 최우식도 인턴으로 합류해 픽업맨부터 벨보이까지 다양한 역할로 손님들과 접점을 넓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름방학’과 달리 ‘윤스테이’는 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에 가장 임무가 많은 막내 최우식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며 “‘나영석의 자기복제’라는 비판도 있지만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확실히 강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윤스테이’ 출연진은 K드라마·영화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기도 하다. 최우식은 지난해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윤여정은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히는 상황. 이 영화에서 낯선 미국 이민자 가정의 외할머니 역할을 맡은 윤여정은 얼핏 무례해 보이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모든 것을 퍼주는 한국식 정서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평이다. 보스턴비평가협회 등 미국 여러 시상식에서 벌써 연기상 트로피를 11개나 챙겼다.

정유미는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새로운 히어로물을 선보였고, 박서준은 JTBC ‘이태원 클라쓰’로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 2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74세의 윤여정이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도전을 마다치 않는 성격이 지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70~80년대 결혼과 이민으로 오랫동안 연기를 쉰 탓에 복귀 이후 “작품이나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달려들면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영화계에서 윤여정은 ‘화녀’(1971) 등 초기작뿐만 아니라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죽여주는 여자’(2016) 등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대표작을 갈아치우고 있다. 김 평론가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전형성을 벗어난 타고난 연기력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져진 유머 감각까지 더해져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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