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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기세 올리던 美민주당 '주춤'…"정쟁 가열에 바이든 부담"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을 추진하던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탄핵안이 의원 200명 이상이 공동 서명하며 순항 중이지만, 한편에서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민주당, 트럼프 직무 배제 요구 결의안 먼저 처리 #11~12일 표결, 펜스 불응 시 13일께 탄핵안 표결 #일각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더이상 분열 안돼 " #민심도 갈려…공화당원 69% "트럼프 잘못 없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 표결 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는 11~12일 이 결의안 통과를 먼저 추진한 뒤 13일께 탄핵안 표결로 넘어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직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주도로 대통령 탄핵을 예고하고 이를 빠르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탄핵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폭력 사태의 책임을 묻고, 트럼프의 재출마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과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 등 국정 과제에 전념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화합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탄핵 공방에 상원이 작동을 멈출 경우 바이든 내각의 초대 장관 인준청문회와 경기부양법안 통과 같은 시급한 과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WP에 "더 이상 나라를 분열시켜선 안 된다는 걱정이 많이 들린다"면서 "기차(탄핵)는 이미 역을 떠났는데, 아무도 그걸 어떻게 멈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탄핵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날 해법을 찾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됐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12일이나 13일에 추진하되, 하원을 통과한 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바이든 취임 100일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을 CNN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제시했다.

새 행정부가 취임 초기 정책을 펼 공간을 주자는 취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즉각 끌어내려야 한다는 탄핵 사유는 그만큼 약화할 수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탄핵보다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선호한다고 온라인 매체 복스는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의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1일 임시 회의에 상정해 만장일치 통과를 시도한 뒤 12일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이어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안에 답변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에선 성공 가망이 없는 탄핵이나 직무 박탈에 매달리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표결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데이비드 켄달 변호사는 WP 기고문에서 "불신임 결의안은 비록 상징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즉각 효과가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책무와 민주적 규범을 저버렸다는 것을 양당이 함께 강력하게 규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축출을 놓고 여론도 갈린다. 의회 난입 사태에도 각종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ABC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8~9일 성인 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전에 내려와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3%였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4%)은 트럼프가 잘못한 게 없다고 답했다. 나머지(45%)는 잘못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조기 퇴진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의견은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PBS와 마리스트가 지난 7일 미국인 8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원 84%는 트럼프가 즉각 축출돼야 한다고 답했지만, 공화당원 83%는 트럼프가 임기를 마쳐야 한다고 답했다.

유거브가 지난 6일 144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공화당원 69%는 트럼프에게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원 90%가 트럼프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조기 사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탄핵보다 수정헌법 25조 발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7~8일 미국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0%는 수정헌법 25조를, 14%는 탄핵을 지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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