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탈북민 실명 밝히며 탈북 과정 책으로 만든 건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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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대상으로 "돌아오라"며 심리전 벌이는 북한. [연합뉴스]

탈북자 대상으로 "돌아오라"며 심리전 벌이는 북한. [연합뉴스]

북한 이탈 주민의 탈북 연도와 탈북 경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등에 대한 정보를 공익성을 이유로 탈북민의 동의 없이 이용하는 건 개인정보 침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이유형 재판장)는 지난해 7월 “탈북민의 동의 없이 실명과 함께 탈북 과정, 대한민국 내 정착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도서를 출간한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스스로 개인정보를 공개했더라도 해당 개인정보의 처리는 여전히 정보 주체의 통제하에 있어야 하므로 동의 없이 이용했다면 이 역시 위법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출판사가 탈북민에게 5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이상주 재판장) 역시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300만원으로 감액했고, 출판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됐다.

대한변협은 “탈북민에 대한 정보가 북한에 노출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고통을 당할 위험이 있고, 정착 중인 탈북민 역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며 공익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북민의 실명과 함께 예민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하는 행위가 위법이라는 걸 확인한 최초의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향후에도 공익성을 이유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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