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1위 이스라엘, 웃돈 주고 백신 확보···모사드도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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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하드 토포 토포앤코코리아투자자문 회장. 사진 토포앤코코리아투자자문

오하드 토포 토포앤코코리아투자자문 회장. 사진 토포앤코코리아투자자문

“녹색 여권(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은 올해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겁니다. 녹색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국가는 무역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오하드 토포 토포앤코코리아(Topor & Co. Korea) 투자자문 회장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과 이스라엘의 산업 구조의 공통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다음 주 두 번째 백신 접종과 함께 녹색 여권 발급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기업인이 해외 고객사를 방문해 사업을 논의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인적 교류를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출신 토포 투자자문회장
“네타냐후, 임상 1상 전부터 협상
웃돈, 이스라엘 이틀 봉쇄손실 불과
봉쇄 줄여 중소기업 구제가 유리”

지난 10일 기준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률은 19.55%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접종을 시작한 바레인(4.95%)·미국(2.02%)·영국(1.94%)·중국(0.63%)·프랑스(0.12%)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다. 지금까지 930만 이스라엘 인구 중 180만 명 이상이 접종했다. 60세 이상 노인 기준으로는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았다.

국가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가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러한 속도가 가능했던 건 지난해 이미 전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1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800만 회분을, 12월에는 모더나 백신 600만 회분을 각각 계약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19일 자국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맞았고, 현재 의사 1명당 7분에 1명씩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스라엘이 백신 접종 1위 국가가 된 비결은 무엇인가. 
“네타냐후 총리는 백신의 임상 1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약사와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백신의 접종 결과를 제약사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며 협업을 약속했다. 심지어 그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백신을 사와라. 두 배를 내고서라도”라며 승부수를 띄웠다. 유럽(15달러)과 미국(20달러)에 비해 이스라엘은 30달러를 지불했다. 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명한 처사였다. 웃돈으로 낸 금액은 이스라엘 경제를 이틀간 봉쇄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 봉쇄 조치를 줄여 중소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임상 1상 전부터 백신을 구매하는 건 다소 성급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만큼 네타냐후 총리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식품의약처(FDA) 승인 전부터 백신을 확보해 자국에 보관했고, FDA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접종을 시작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 백신을 모조리 버려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추진력에 대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1인당 스타트업 수가 세계 1위인 국가답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백신 확보 과정에서 해외 정보·공작 기관인 모사드(Mossad)는 어떤 역할을 했나.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 모사드는 국가가 장비를 구입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핵심 인력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여했다.”

토포 회장의 70대 부모는 2주 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는 “두 분 모두 건강하고 완벽한 상태”라며 “다음 주 2차 백신 접종을 마치면 녹색 여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민의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  
“모두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2개월 내로 성인 대부분이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나는 60대 미만이기 때문에 아직 차례가 아니지만, 연락이 오면 지체없이 응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제약사에 이스라엘 보건 시스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협력을 약속하며 나머지 화이자 백신 수송을 주도하고 있다. 화이자에 제공한 이스라엘 데이타는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것과 반대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적인 자산 버블(거품) 현상에서 한국은 뒤늦게 동참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자산 시장에는 돈이 몰렸다. 이건 사실 코로나19 보다는 유동성에 기인한 문제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돈을 찍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볼 때 현재 저렴한 자산은 없다. 모든 게 비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당장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언제 심리가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비싸지만 앞으로 더 비싸질 수도 있다. ”
투자 조언을 하자면.  
“비유동성 자산은 피해야 한다. 비싼 가격에 유동적이지 않은 자산을 사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나 금리가 오를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다만, 유동적인 주식에 투자할 때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산을 분산해야 한다. 한 국가, 한 부문 또는 한 회사에 너무 많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많은 유혹적인 투자 기회가 있지만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오하드 토포(Ohad Topor)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제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과 함께 2012년 토포앤코코리아(Topor & Co. Korea) 투자자문을 설립했고,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토포앤코코리아인베스트먼트는 영국 런던과 서울에 사무소가 있다. 초고액 자산가와 기업이 주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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