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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2800명 들렀다…'제2의 신천지' BTJ열방센터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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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현재 폐쇄]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현재 폐쇄]

경북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 끝에는 대형 기도원이 있다. 한적한 산골 마을에 세워진 ‘BTJ열방센터’다. 지난해 10~12월 이 센터에선 실내에서 50명이 모일 수 없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방역 수칙을 어긴 모임이 여러 차례 열렸다. 보건당국에서 집계한 인원만 2837명이다.

 이들 중 지난해 1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센터 관련 확진자는 지난 9일까지 경기도 등 전국 9개 시·도에서 50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참가 인원 중 70%가량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참가 명단 제출도 겨우 이뤄졌다. 센터 입구에 붙인 집합금지 안내문이 훼손돼 상주시에서 인터콥 대표를 세 차례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BTJ열방센터를 압수수색해 전산자료 등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2~3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사태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BTJ열방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왜 보건당국의 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걸까. BTJ열방센터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면서 이 센터를 운영하는 선교단체 ‘인터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열방센터, 인터콥의 세계선교 전초기지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현재 폐쇄]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전경. [사진 열방센터 홈페이지. 현재 폐쇄]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은 1983년에 설립된 선교회다. 기독교 종교법인 전문인국제선교단으로 불린다. 인터넷 공식홈페이지에는 ‘미전도종족 개척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해외선교기관으로 소개돼 있다. 이슬람,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주로 믿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2020년 현재 1400여명의 선교사가 활동 중이다.

 인터콥에서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때 국내 교인 등을 대상으로 선교 캠프를 진행했다. 이 선교 캠프지로 지목되는 시설이 바로 상주 BTJ열방센터다.

 열방(列邦)은 세상 나라들과 모든 민족을 가리키는 성경 용어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의 약자다. 이를 합치면 전 세계인을 세계의 근원인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선교 시설이라는 뜻이 된다. 인터콥은 소책자 등에서 열방센터에 대해 ‘세계선교전초기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BTJ열방센터는 기도실·세미나실·다목적실·객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618㎡(약 792평) 규모의 강당에서 선교에 관심이 있는 교인들을 모아 1박 2일가량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다.

경북 상주시 화서면 BTJ 열방센터 앞에 붙여진 집합금지 안내문. [사진 상주시]

경북 상주시 화서면 BTJ 열방센터 앞에 붙여진 집합금지 안내문. [사진 상주시]

교인들, 각자의 교회로 돌아간 후 감염 확산

 문제는 이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교인들이 각자의 교회나 학교로 돌아가면서 전국적으로 감염이 퍼진 것으로 파악된 점이다. 울산이 대표적인 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인터콥 울산지부는 지난달 19일 울산의 한 교회를 빌려 초등생 선교 캠프를 열었다. 이곳에 참여한 초등생이 지역 내 20여개의 교회와 학교로 돌아갔고 감염이 확산했다.

 처음에는 단순 교회에서 시작된 감염인 줄 알았으나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 보건당국이 조사해 보니 앞서 교인 10명이 상주 센터에 들린 것으로 파악됐다. 10일까지 지역 내 인터콥 관련 확진자만 156명이다. 다만 울산의 경우 아직 상주 센터에 들렸다가 감염이 됐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아 보건당국의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상주센터에 간 교인 일부는 연락이 두절돼 울산시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울산 중구 인터콥 울산지부 출입문에 일시폐쇄 명령서가 붙어 있다. 뉴스1

울산 중구 인터콥 울산지부 출입문에 일시폐쇄 명령서가 붙어 있다. 뉴스1

 울산을 제외한 전국의 경우 전날 기준 상주센터 참가자 2837명의 30.7%(872명)가 검사를 받았는데 이 중 15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확진자 중 45명이 전국 8개 시·도 소재 21개 종교시설과 모임을 방문하면서 351명이 추가 감염됐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BTJ열방센터방문객은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한편 인터콥 측은 지난 2일 사과문을 발표해 “BTJ열방센터 모임 기간 내내 발열 증상 등 몸의 이상이 있는 사람은 참석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를 했다. 행사 진행도 전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과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켰고 식사도 야외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방역과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집회 후 이곳을 다녀간 사람 몇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접촉한 사람들이 감염된 것에 대하여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방역당국과 의료진 그리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상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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