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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부추긴 사람 다 수사"···그러자 셀프사면 꺼낸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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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회의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의사당 로툰다 홀을 점거한 시위대.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회의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의사당 로툰다 홀을 점거한 시위대. [EPA=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초유의 미국 의회 점거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시위대를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방 검찰도 수사와 기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美 검찰 "모든 관계자 수사…가장 강한 혐의 적용"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 검사장 대행은 7일(현지시간) “전날 폭력 사태의 수사 선상에 트럼프 대통령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시위대가 의회를 습격하기 전 백악관 집회에서 “나라를 되찾자”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 상원의원이 “현직 대통령이 선동한 반란 사태”라고 규정하는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WP 등에 따르면 셔윈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태에 관한 모든 관계자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의회 건물 안에 들어간 이들뿐 아니라,  옆에서 보조하고 부추기거나 어떤 부수적인 역할을 한 모든 이들, 범죄 혐의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셔윈은 이번 폭력사태에 적용할 혐의와 관련해 무단침입, 절도와 함께 내란음모와 반란, 소요 등을 거론하며 "가능한 한 가장 강한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고 묻자, 셔윈 대행은 “모든 관계자들을 보고 있으며, 누구든지 증거가 범죄 혐의에 들어맞는 한 기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겠다는 답변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두 명의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면권 행사 시 법적,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측근들에게 물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후 나흘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 묘역에 참배하고 헌화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후 나흘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 묘역에 참배하고 헌화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사면권 행사를 계속 검토해 왔고,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선 관심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 일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에 대비해 자신과 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에 대해 선제적인 사면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스스로에게 사면권을 행사한 적은 없어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NYT는 “대통령이 위법 사실을 인정하면서 책임은 피해 가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행법상 미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연방법에만 적용된다. 현재 뉴욕 맨해튼 검찰이 수사 중인 트럼프 재단의 불법 선거자금 관련 수사에는 ‘셀프 사면’도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사면권을 남용할 것이란 우려는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다만 전날 ‘의회 습격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라 해도 선을 한참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한 2분 40초 분량 영상에서 “미국은 법과 질서의 나라이고 언제나 그래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의 위대한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뒤끝을 남겼다.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때맞춰 바이든 인수위팀은 7일(현지시간) 메릭 갤런드 워싱턴DC 항소법원 판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중도 성향의 갤런드 판사는 오바마 정부에서 연방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인사다.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인선은 국정 혼란을 초래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의회에 대한 폭거”로 규정했다. 당내 강경파들은 임기를 얼마 안 남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탄핵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CNN은 “미 행정부에서 ‘수정헌법 제25조’ 검토를 위한 예비회의가 소집됐다”고 보도했다. 수정헌법 25조(1967년 발효)에 따르면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을 맡게 된다. 의회가 이를 승인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식물 대통령’으로 국정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수정헌법 25조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사례를 포함해 과거 6차례 발동된 적이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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