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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에 새긴 별 셋 걸고 요리한다” 미슐랭 셰프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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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시그니엘 부산 식음료 컨설팅을 위해 방한한 브루노 메나드 셰프. 그의 왼팔에는 미슐랭 3스타 문신이 새겨져 있다. [사진 롯데호텔]

지난달 시그니엘 부산 식음료 컨설팅을 위해 방한한 브루노 메나드 셰프. 그의 왼팔에는 미슐랭 3스타 문신이 새겨져 있다. [사진 롯데호텔]

“한국은 삼성·LG·현대차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배출했지만 음식 문화는 여전히 폐쇄적이라 요리사로서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고급 프렌치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송로버섯, 거위 간, 카망베르 치즈 등을 구할 수가 없어요.”

미슐랭 최고점 받은 셰프 메나드 #최초로 평가 첫 해 ‘3스타’ 받아 #시그니엘 부산 컨설팅 위해 방한

미슐랭가이드 최고점인 별점 셋을 받은 프랑스 국적의 브루노 메나드(59) 셰프는 지난달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미식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가받은 첫 해에 ‘3스타’를 얻은 건 미슐랭 역사상 그가 최초다. 2013년부터 싱가포르에서 파인 다이닝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메나드는 “인구가 600만명에 불과한 싱가포르에는 서울보다 훨씬 많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며 “한국 요리 수준은 지금도 훌륭하지만, 해외 문화에 개방적이지 않는다면 더는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메나드는 일본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가 운영하는 도쿄 긴자 로지에(L’Osier)에서 총괄 셰프로 근무했다. 2011년 일본을 떠나면서, 왼쪽 팔에 ‘미슐랭 3스타’ 문신을 새길 정도로 미슐랭 셰프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유럽·미국 등에서 총 35년간 프렌치 셰프로 일한 그는 시그니엘 부산의 뷔페 레스토랑과 연회 메뉴를 컨설팅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의 파인 다이닝을 평가한다면.
“최현석 셰프를 비롯해 한국의 젊은 셰프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실력이 뛰어나고 태도도 훌륭했다. 다만, 한국에서 셰프가 성장하기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어떤 허들인가.
“한국에서는 프렌치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 거의 모든 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싱가포르에서 만들던 요리를 한국에서는 재현할 수 없었다. 프렌치 요리가 특별한 건 프랑스의 각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식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에서도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을 구분하는 것은 각각의 떼루아(와인이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로 차별화된 맛 때문이다. 카망베르 치즈는 카망베르 지역에서, 샴페인은 샴페인 지역에서 만든다. 다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식재료다. 만약 중국에서 페라리를 이탈리아와 똑같이 제조한다고 한들, 누가 중국산 페라리를 사겠는가? 음식도 똑같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한 가치다.”
한국에도 좋은 식재료가 얼마든지 있지 않나.
“그건 사실이다. 모든 재료를 프랑스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건 아니다. 신선한 해산물, 채소, 과일 등 한국에도 좋은 식재료가 풍부하다. 고추장은 매운맛이 적당해 프렌치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한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풍미가 뛰어나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사실이 있다. 프랑스에는 23가지 쇠고기 품종이 있지만, 한국에는 한우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요리는 교류(exchange)다.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하고, 조합하며 새로운 음식을 만들며 발전하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요리 문화는 굉장히 폐쇄적이라, 발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빠르게 성장했는데 미식 문화의 발전 속도가 더뎠던 걸까.
“미식 문화는 부(富)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다. 해외 식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 그리고 이국적인 맛을 경험하고 배워보려는 자세다. 파인 다이닝은 음식이 전부가 아니다. 테이블의 높이, 접시의 온도, 다이닝룸의 조명과 음악 등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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