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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불러놓고..."젊은 것이 버릇없어" 구급대원 때린 60대 [영상]

중앙일보

입력

군산소방서 소속 30대 구급대원(왼쪽)이 지난달 17일 구급차 안에서 본인이 구조한 60대 취객에게 휴대전화로 맞고 있다. 사진은 폭행 장면이 담긴 구급차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전북도 소방본부]

군산소방서 소속 30대 구급대원(왼쪽)이 지난달 17일 구급차 안에서 본인이 구조한 60대 취객에게 휴대전화로 맞고 있다. 사진은 폭행 장면이 담긴 구급차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전북도 소방본부]

"경찰과 한통속" "돈 받았냐" 폭언·폭행

자신을 구하러 온 구급대원을 폭행한 60대 취객이 검찰에 송치됐다. 폭언과 함께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구급대원 머리를 한 차례 때린 정도지만, 소방당국은 "폭행에 의한 구급활동 방해 행위"라며 엄벌 의지를 밝혔다.

구급대원 폭행 CCTV 영상 보니 #소방기본법 위반 60대 검찰 송치

 전북도 소방본부는 5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씨(60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0시17분쯤 군산시 오식도동 도로를 달리던 119구급차 안에서 군산소방서 소속 구급대원(30대)을 폭행해 구급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기본법 50조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북도 소방본부는 당시 구급대원 폭행 장면이 담긴 구급차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도 공개했다. 22초 분량의 영상에는 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던 A씨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쥔 오른손으로 옆에 앉은 구급대원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 찍혔다.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당시 술에 취한 A씨는 "넘어져서 눈을 다쳤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가 자신을 태우고 병원으로 출발한 후 1㎞가량 이동한 지점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2018년 4월 2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앞에서 A씨가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강연희(사망 당시 51세·여) 소방경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강 소방경은 사건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딸꾹질에 시달리다 그해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사진 전북도 소방본부]

2018년 4월 2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앞에서 A씨가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강연희(사망 당시 51세·여) 소방경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강 소방경은 사건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딸꾹질에 시달리다 그해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사진 전북도 소방본부]

3년간 도내 구급대원 폭언·폭행 11건

 조사 결과 구급대원은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구급대원은 "술을 얼마나 마셨냐", "눈은 얼마나 다쳤냐", "눈 말고 다친 데는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A씨는 "내가 술을 마신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고, 구급대원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선생님이 술을 많이 드셨다'고 해서 알게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경찰과 한통속이네", "경찰한테 돈 받아 처먹었다"며 폭언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없다"며 구급대원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구급차를 몰던 다른 구급대원이 운전석 쪽 모니터로 동료가 A씨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확인하고 구급차를 세웠다. 이어 119종합상황실에 연락해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다.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구급차에서 내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대신 구급차에 동승해 A씨를 병원에 옮겼다.

 소방당국은 폭행당한 구급대원 진술과 구급차 내부 CCTV 영상을 바탕으로 A씨를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A씨는 조사 초기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소방당국이 본인의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여주자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소방당국이 공개한 구급대원 폭행 영상을 두고 일각에선 "폭행 정도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소방당국은 "검찰도 정황상 폭행으로 보고 수사 지휘를 했다"며 "폭행 횟수와 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시 구급대원과 취객을 신속히 분리하지 않았으면 더 큰 폭행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구급대원 위협하는 것도 처벌 대상"

 전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폭행당한 구급대원이 '자꾸 이런 폭행에 눈 감아 주니 계속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처벌 의사를 밝혔다"며 "구급대원 입장에선 주취자에게 한 번 맞고 나면 다음에 주취자를 이송할 때 '또 맞으면 어떡하지'하는 정신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8~2020년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구급대원 폭언·폭행 사건은 11건에 달하고, 가해자 대부분은 음주 상태였다.

 홍영근 전북도 소방본부장은 "무자비한 폭행이 아니더라도 심한 폭언이나 폭행할 의도를 갖고 구급대원을 위협하는 행위도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구급대원에게 폭언·폭행을 해 구급활동을 방해한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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