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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2초 퇴짜’ 당한 해리왕자, 팟캐스트가 독립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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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9년 아들 아치를 공개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아들 아치를 공개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인가. 2018년 할리우드 배우 메간 마클과 결혼한 해리 왕자는 지난해 1월 왕실으로부터 독립 선언을 했다. 거주지도 아예 캐나다로 옮겼다. 영국 왕실은 국고에서 나오는 금전적 지원을 끊었다. 공무수행을 위한 경비 성격을 위한 지원금을 끊는 것은 엘리자베스 2세의 승인이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다.

작년 전사자 추모행사 참석 퇴짜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11월의 전사자 추모일(Remembrance Day) 행사가 도마에 올랐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의 왕실전문기자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일(현지시간) “해리 왕자가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부했다”며 “여왕이 거부 결정을 내린 데 걸린 시간은 단 2초”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영국 대다수 매체들이 받아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군 복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고, 전사자 추모 행사를 위해 영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데일리메일은 그러나 왕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 번 (왕실을) 나갔으면 영원히 나간 것이라는 게 여왕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결국 해리 왕자는 부인과 함께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미국의 한 묘지에 작은 화환을 놓는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왕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공개한 엘리자베스 2세 사진. 팬데믹으로 조용하게 보냈다. AP=연합뉴스

영국 왕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공개한 엘리자베스 2세 사진. 팬데믹으로 조용하게 보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말엔 이들 부부가 미국 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 여왕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도 강조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삼가고 중립을 지키는 것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페미니스트이며 인종차별 반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온 마클과는 대척점이다.

문제는 돈이다. 해리 왕자 부부의 브랜드 가치는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3억 달러(약 324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당장 품위유지부터 일상 생활까지 안정적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한 게 팟캐스트다. 지난달 말, 독립 약 1년 만에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이제 막 19개월이 된 아들 아치의 목소리도 팟캐스트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팟캐스트 이름이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아치웰 오디오’다.

이들 가족의 팟캐스트는 지난달 29일 미국의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를 통해 깜짝 공개됐다. 팟캐스트라 소리뿐이긴 하지만 아치의 목소리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2019년 해리 왕자 부부가 갓 출산한 아치를 살펴보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맨 왼쪽). AP=연합뉴스

2019년 해리 왕자 부부가 갓 출산한 아치를 살펴보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맨 왼쪽). AP=연합뉴스

팟캐스트라는 형식은 사생활 보호 필요성을 호소해온 마클을 위한 배려로 해석된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 다이애너 전 왕세자비를 파파라치에 쫓기는 와중에 발생한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그 역시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그인 만큼 팟캐스트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건 유의미한 발걸음이다. 팟캐스트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앞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 다큐멘터리에도 진출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영어권 매체들의 공통된 보도다.

일단 팟캐스트로 성공적 첫걸음은 뗐다. 일등공신은 역시 아들 아치. 이들은 첫 공개 편에서 2021년을 맞는 새해 인사를 하는데, 해리 왕자가 아치에게 “자, (아빠를) 따라 해봐”라면서 “해피(Happy)” “뉴(New)” “이어(Year)”를 한 단어씩 끊어서 얘기해주고 따라 하게 한다. 마클의 웃음소리도 선명하다. 일부 매체들은 아치의 발음이 미국식에 가깝다고 전했으나 세 단어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단 아치가 언어발달의 주요 시기인 생후 19개월을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 보내고 있기에 정통 영국 영어만을 습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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