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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구 절벽에 묻지마 공무원 증원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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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 발맞춰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감소 시대의 충격까지 더해져 국민들 시름은 나날이 깊어진다. 국민 세금으로 채운 나라 곳간 역시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울 공무원 증원에 골몰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러다간 급격하게 늘어난 공무원들 먹여살리느라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부모 연금에 기대 겨우 살아가는 그리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나온다.

문 정부 공약대로 17만 명 늘면 328조원 필요 #청년실업 늘고 국가위기 맞은 그리스를 보라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이미 9만2000명을 늘려 대선 공약(17만4000명 증원) 숫자를 채워 나가고 있다. 올해 역시 40년 만에 최다 인원인 6450명의 국가 공채 선발 공무원을 선발하기로 하는 등 정부 출범 초기 계획대로 공무원을 늘려가고 있다. 공무원 증원은 당장의 재정 압박보다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국민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7만4000명을 9급 공무원으로 순차 채용하는 것을 가정해 추산한 결과 향후 30년간 328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이 어렵게 번 돈으로 공무원 인건비와 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무 재배치 등으로 비대한 공무원 조직을 효율화하는 선행 노력 없이는 정부가 국민 고통에 눈 감은 채 주먹구구식 인력 확충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김대중 정부 당시엔 공무원 수를 줄이는 개혁을 했다.

정부는 급증한 고용지원금 심사 업무 등을 위해 공무원 증원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발 분야를 들여다보면 세무직이 20% 가까이 차지하는 등 민생을 돕기보다 규제를 늘리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무원 증원은 민간에 가야 할 인력을 흡수해 그 자체로 시장을 위축시킨다. 여기에다 공무원 숫자만큼 늘어나기 마련인 과도한 규제로 민간을 옥죄게 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민간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흔히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한다. 모두가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쳐도 공무원은 자리 보존은 기본이요, 재정이 바닥나도 민간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공무원 공화국’ 그리스도 결국엔 연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했다. 공무원 노조 요구에 방만한 공무원 증원에 나섰던 뉴욕시 역시 지난해 적자를 못이겨 공무원 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런 비극적 미래를 우리라고 맞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라도 ‘묻지마 공무원 늘리기’를 멈춰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