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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가 공인한 작가 오토니엘, 희망의 유리계단 쌓아올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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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프레셔스 스톤월’ (2020). [사진 국제갤러리]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프레셔스 스톤월’ (2020). [사진 국제갤러리]

코로나19가 불러온 재난의 시대, 세상과 단절된 채 작업에 몰두한 프랑스 출신의 유리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56)은 여느 해보다 많은 신작을 지난해 쏟아냈다.

국제갤러리 ‘뉴 웍스’전 #유리조각·회화·드로잉 30여 점 #루브르에 영구 소장된 작품도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 마련된 ‘뉴 웍스(NEW WOKRS)’전. 제목 그대로 유리 조각과 회화, 드로잉 등 오토니엘의 ‘신작’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을 맞아 그에게 작품을 의뢰한 이유를 짐작하게 해주는 전시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낙원으로 가는 계단’(2020). [사진 국제갤러리]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낙원으로 가는 계단’(2020). [사진 국제갤러리]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영롱한 빛깔의 유리 벽돌 조각이다. 작가가 10년 전부터 작업해온 ‘프레셔스 스톤월(Precious Stonewall)’ 연작. 인류 역사에서 가장 흔한 건축 재료인 벽돌 조형을 빌려오되 유리를 재료로 썼다. 견고함을 상징하는 벽돌에 깨지기 쉬운 유리의 성질을 부여한 것. 벽돌에 담긴 안온하고 지속적인 삶에 대한 염원과 찰나의 순간을 의미하는 유리가 만나 만드는 울림이 제법 크다.

오토니엘은 2010년 인도 피로자바드를 여행하며 만난 수공예가의 작업에 깊은 감동 받아 인도 전통 유리공예 기법을 배우며 협업해왔다. 그는 그곳 사람들이 집을 짓기 전 땅에 벽돌 더미를 쌓아 놓는 것을 보고 벽돌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며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두 가지 색상을 입힌 벽돌을 처음 선보였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영구 소장된 회화 ‘루브르의 장미’(2020). [사진 국제갤러리]

장-미셸 오토니엘은 인도 유리공예 장인의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영구 소장된 회화 ‘루브르의 장미’(2020). [사진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엔 유리로 만든 계단 ‘낙원으로 가는 계단(Stairs to Paradise)’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오토니엘은 영상을 통해 “8개월 전 파리가 락다운(봉쇄)됐을 때 틀어박혀 작업만 했다”며 “낙원으로 가는 계단은 희망의 메시지와 새로운 시대의 비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전시장 내 ‘루브르의 장미’ 연작(회화 6점)은 지난해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을 맞은 루브르 의뢰로 만든 작품이다. 17세기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이탈리아 태생의 왕비 마리 디 메디치와 국왕 앙리 4세의 결혼을 그린 그림에서 큰 감동을 받은 그는 금박(백금)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로 꽃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현대 미술가 작품으론 드물게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개되고 영구 소장됐다.

장-미셸 오토니엘

장-미셸 오토니엘

오토니엘은 35년 전 파리 예술학교 재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해 루브르에서 경비로 일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지키고 청소하던 젊은이가 그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1964년 프랑스 중부의 탄광도시 생테티엔에서 태어나 자란 오토니엘은 다니던 초등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매주 수요일 오후 미술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예닐곱 살 때 미술관에서 그림 뒤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어렸을 때, 이 미술관이 내 희망의 창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오토니엘은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 역에 무라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하철 입구를 제작해 크게 주목받았고, 2015년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작품 ‘아름다운 춤’을 영구 설치했다.

현재 국제갤러리에선 1관의 오토니엘 전시 외에도 2, 3관에서 미국 아티스트 제니 홀저(JennyHolzer·70)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31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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