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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론 감당 안된다···英 '효과 논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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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국이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약 5200만명) 보다 인구가 1600여만명 많은 영국(약 6800만명)에선 최근 6일간 매일 5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매슈 핸콕 영 보건장관은 “(이번 백신 접종이) 끔찍한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일 BBC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3일(현지시간) 3만5000명을 넘어섰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일 BBC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3일(현지시간) 3만5000명을 넘어섰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선 이날 오전부터 전국 730여곳의 지정병원에서 백신 53만회분 접종을 시작했다. 첫 접종자는 옥스퍼드대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브라이언 핑커(82)는 백신 접종을 받은 직후 “이제 올해 말 아내와 결혼 48주년을 축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무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옥스퍼드대학 백신그룹의 대표이자 수석 조사관인 앤드루 폴라드도 이날 백신을 접종받았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BBC 인터뷰에서 “앞으로 3개월간 백신 수천만회분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기 위해선 ‘1주 200만회’ 접종이 필요하지만, 현재 백신 접종 속도가 하루 평균 5만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도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로 초저온 보관을 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접종 속도를 늘리기 어렵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도 수송과 보관이 가능하고, 가격도 다른 백신의 10분의 1 수준(약 4400원)이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월 셋째 주부터 주당 200만회분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트위터 캡처.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트위터 캡처.

한국서도 가장 먼저 도입 예정…낮은 면역 효과 우려도

남은 문제는 다른 백신 보다 떨어지는 면역 효과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밝힌 4주 간격 접종 시 예방 효과는 평균 70%(저용량+표준용량 접종 90%와 표준용량 2회 접종 62%) 수준이다. 이는 경쟁사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면역 효과(94~95%)에 비해 20%이상 낮다. 관건은 최적의 접종 간격이나 용량을 찾는 것이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 다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간격 확대 방침을 설명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표준용량 2회 접종 시 접종간격을 12주로 할 때 면역 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2월 말부터 고위험 의료기관의 종사자,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의 집단시설에 계시는 거주 어르신들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2월 말부터 고위험 의료기관의 종사자,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의 집단시설에 계시는 거주 어르신들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빠르면 다음달 말부터 국내에서도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오늘 허가 신청을 했고 다음달 중 국내 허가와 국가출하승인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조율해 접종 일정을 현재 정리하고 있다”며 “2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0일 넘게 걸리는 허가심사 처리 기간을 40일 이내로,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국가출하승인 절차도 20일 이내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선계약을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00만명분이다. 예상 용법은 1회 접종 후 4∼12주 후에 2회 투여로 영국과 비슷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백신을 도입한 나라들의 도입 경과를 본 뒤 운용 방식이 확정된다. 한편, 3일(현지 시각) 미 CNBC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과 바라트 바이오테크 백신의 사용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한 나라는 영국,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인도 4개 나라로 늘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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