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콘크리트 중앙분리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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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시내 이면도로에 설치한 중앙분리턱이 차량 훼손 및 교통 체증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지난달 말 차량 통행이 빈번한 쌍용대로변 광혜당 약국길에 콘크리트로 중앙분리턱을 만들었다. 그런데 설치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차량들이 이 분리턱에 충돌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분리턱 앞 건물에서 자영업을 하는 金모(45)씨는 "야간에 큰 도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좁은 이 길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뒤늦게 분리턱을 발견하고 급정거를 하거나 부닥친다"며 "30cm 높이의 분리턱을 올라탄 채 10여m씩 진행하는 아찔한 장면도 수차례 봤다"고 말했다. 金씨는 최근 시에 분리턱 앞부분에 야광표시등을 설치할 것을 건의했으나 아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대전.충남지역에선 유독 천안시에만 이 같은 콘크리트 분리턱이 법원앞 도로 및 문성동 등 10여곳에 설치돼 있다.

이광수 시 교통시설담당은 "콘크리트 분리대를 설치하니까 '강(强)심장'운전자가 아닌 이상 좁은 도로를 막고 불법 주차하는 차량이 없어졌다"며 "쉽게 파손되지 않는 잇점을 지닌 이 분리대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할한 소통을 위한 콘크리트 분리턱이 교통 사고위험 외에도 심각한 교통 체증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2년 전 주민들의 불법주차 방지시설 설치 요구에 의해 신부동 대림.동아아파트 앞 왕복 2차선 도로 6백여m에 중앙분리턱을 설치했으나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B수퍼마켓 주인 李모(50.여)씨는 "분리턱을 세운 후에도 불법 주차는 여전하다"며 "오히려 한달에 두세번씩 분리턱과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대형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해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민 朴모(43)씨도 "분리턱 때문에 소방차 등 긴급 차량까지 아파트로 진입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플라스틱 블럭에 깃대형 봉을 세운 분리대도 있는데 왜 콘크리트 분리턱을 설치해 차량 사고를 부르는지 모르겠다"며 "시민 안전보다 시설물 안전을 더 생각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도로법상 국도.지방도가 아닌 도로의 중앙분리대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서와 안전성 협의를 거쳐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부 노관섭 부장은 "좁은 길에 설치한 콘크리트 중앙분리턱은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도로 장애물로서 적합한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중앙분리대=차량의 중앙선 침범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 및 4차로 이상 국도에 설치한다. 최근엔 도시 아파트지역의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중앙분리대를 세우는 곳이 생겨났으나 대부분 플라스틱 블록에 50~60cm 봉을 세워 차량 손상이 없도록 하고 있다.

건교부 도로안전시설 지침에 따르면 중앙분리대는 교통에 장애물이 될 수 있으므로 도로.교통조건을 충분히 고려해 설치토록 돼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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