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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범계 2만㎡ 땅, 국회의원 8년간 신고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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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세 때 취득한 수천 평 규모의 토지를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8년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한 차례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3일 나타났다.

7세 때 취득한 충북 영동군 임야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지나 #박 “집안 선산, 재산이라 생각 안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입수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7세이던 1970년 6월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 산25-2번지 임야 4만2476㎡의 지분 절반(약 6424평)을 취득했다. 1969년부터 71년까지 시행된 임야 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법률 제2111호), 이른바 ‘조상 땅 찾기’를 통한 소유권 등기로 나머지 절반은 박 후보자의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박모씨가 취득했다. 박 후보자의 지분은 현재 공시지가(3.3㎡당 약 3256원)론 2092만원 상당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약목리 일대의 임야 시세는 3.3㎡(평)당 평균 6000~1만원, 토질이 좋거나 도로에 인접했을 경우엔 평당 3만원가량이라고 한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재임할 당시엔 해당 토지를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포함했다. 하지만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전 서을에서 당선된 뒤 지난해까지 8년간 재산신고 내역에 해당 토지를 포함하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가 재산 신고를 누락하거나 거부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 제22조에 따라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야당 “2003년 청와대 근무 땐 신고…고의성 짙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소유 임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소유 임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선거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 신고를 누락한 뒤 이를 선거 공보물 등으로 공표했을 경우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이 성립된다. 다만 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이 같은 지적에 박 후보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청와대 검증을 거치면서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비서관을 통해서 늘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해왔는데 저도 이 부분이 빠져 있어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자는 “(임야는) 부모님, 증조·고조부모 등의 묘소가 있는 선산”이라며 “이걸 재산이라고 의식한 적이 없다. (누락 사실을) 진짜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자의 해명대로라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재산 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가 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유상범 의원은 “박 후보자가 2003년 청와대 근무 당시 수천 평의 임야를 신고했던 것을 보면 본인이 토지 소유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회의원이 된 이후 8년간 재산 신고를 축소·누락한 것은 고의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03년 청와대 민정2비서관 재직 당시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좌측 맨아래)에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 소재 임야를 포함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03년 청와대 민정2비서관 재직 당시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좌측 맨아래)에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 소재 임야를 포함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 제공]

박 후보자는 국회의원 재산 축소 신고에 강경했다. 2014년 당시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후보 A씨가 재산 축소 신고 논란에 휩싸이자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그는 “고의성이 다분하다. 검찰은 새정치연합의 고발을 신속하고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A씨의 재산 누락, 축소 신고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함을 엄중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누락 문제는 21대 국회에서 논란이 컸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할 당시 선관위에 재산을 18억여 원으로 신고했지만 당선 이후엔 11억원가량이 늘어난 약 30억원을 신고했다. 조 의원은 불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최근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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