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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조 ‘흰기러기’? 알비노 쇠기러기?…“좋은 징조”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낮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논에서 쇠기러기 무리 가운데서 발견된 흰기러기. 한국조류보호협회

지난 1일 낮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논에서 쇠기러기 무리 가운데서 발견된 흰기러기. 한국조류보호협회

흰기러기일까, 온몸이 흰색으로 변한 ‘알비노 쇠기러기’일까.
지난 1일 낮 12시 30분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너른 농경지. 겨울 철새인 쇠기러기 수백 마리가 추수가 끝난 논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쉬고 있다.

회갈색 빛깔의 쇠기러기 무리 가운데 온몸이 흰색을 띤 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희귀종인 겨울 철새인 ‘흰기러기’로 추정되는 새는 쇠기러기 무리와 한 식구처럼 어울렸다. 논바닥에 떨어진 벼를 주워 먹을 때도, 주변을 날아서 이동할 때도 언제나 함께 움직였다.

흰기러기는 알래스카, 북동 시베리아에서 서식·번식하고, 주로 북아메리카에서 월동한다. 번식지에서는 집단으로 번식하며 개체 수가 증가하는 매우 흔한 종이지만, 국내에서는 희귀한 겨울 철새로 불규칙하게 찾아온다.

지난 1일 낮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논에서 쇠기러기 무리 가운데서 발견된 흰기러기. 한국조류보호협회

지난 1일 낮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 논에서 쇠기러기 무리 가운데서 발견된 흰기러기. 한국조류보호협회

쇠기러기 무리에 섞여 공생

이 새를 발견한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멀리서 눈으로 볼 때는 흰기러기인지, 유전 또는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깃털 등의 멜라닌 색소가 결핍돼 흰색으로 변한 ‘알비노(백색증) 쇠기러기’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몸의 형태가 조금 다른 데다 날개 끝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 흰기러기로 겨우 구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지회장은 또 “중부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길조’로 여기는 흰기러기가 새해 첫날 목격된 것은 올해는 경사스러운 일이 많을 징조로 여겨져 반갑다”고 말했다.

충남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는 쇠기러기 무리 속에서 발견된 흰기러기 과거 사진. 생태기록가 이성원씨.

충남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는 쇠기러기 무리 속에서 발견된 흰기러기 과거 사진. 생태기록가 이성원씨.

백운기(동물학 박사) 한국조류학회 전 회장은 “흰기러기는 적은 개체 수가 월동을 위해 한국으로 오다 보니 생태가 같은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무리에 섞여 드넓은 농경지, 저수지 등지에서 월동한다”며 “조류가 알비노 현상을 나타낼 경우에도 흰기러기처럼 완전한 흰색을 띠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백인환 생물다양성정보연구소 소장은 “흰기러기는 경기 민통선 지역, 철원평야, 강화도, 금강 하구, 주남저수지, 우포늪, 천수만, 제주도 등지에서 드물게 발견된다”며 “겨울철 한국을 찾는 수는 20마리 이하이며, 11월 초순부터 도래해 이듬해 3월 하순까지 머문다”고 설명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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