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오래 앉아있어도 심정맥혈전

중앙일보

입력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심정맥혈전(DVT -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영화관에 오래 앉아 있어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질랜드 의학연구소의 리처드 비슬리 박사는 '뉴질랜드 메디컬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영화관이나 컴퓨터 앞에 여러시간 꼼짝않고 앉아있어도 DVT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히고 이를 '앉은 자세 부동 혈전색전증'(SIT : seated immobility thromboembolism)이라고 불렀다.

비슬리 박사는 실제로 필리스 케이튼(53)이라는 여인이 초만원 영화관에서 3시간동안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을 보고 영화관을 떠난지 30분만에 오른쪽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다리가 붓기 시작해 병원을 찾은 결과 DVT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고 이 여인은 그 후 6개월동안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슬리 박사는 이 여인은 평소에도 한번에 2-3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곤 했다면서 이것이 다리정맥 혈전을 촉진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오래 타면 DVT 위험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밖의 다른 상황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고 비슬리 박사는 지적했다.

비슬리 박사는 의사들은 DVT가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환자가 장시간 비행기를 타지 않았는데도 DVT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 SIT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슬리 박사는 장시간 한 곳에 앉아있다가 자리를 떠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리정맥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따라 돌다가 폐혈관을 막으면서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어떤 상황이 되었든 오래 한 자리에 앉아있을 때는 다리를 꼬고 앉지말고 이따금씩 발을 움직여 주고 가능하면 중간에 한번씩 일어나 돌아다니라고 충고했다. (웰링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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