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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축구 잊어라 이제 ‘홍염 축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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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현장에 복귀하는 홍명보 감독. 임현동 기자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현장에 복귀하는 홍명보 감독. 임현동 기자

“울산 현대는 목표가 명확한 팀입니다.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지만, 아쉽게도 2년 연속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쳤죠. 울산에서 새로 시작할 여러 도전 중 ‘원 골(one goal)’을 정한다면 단연 K리그 우승입니다.”

홍명보 프로축구 울산 신임 감독 #축구협회 전무 3년, 다시 필드로 #복잡해진 라이벌 구도 관심 커져 #콤팩트 축구로 다양한 색깔 예고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51) 울산 신임 감독을 만났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서 마지막 근무에 한창이었다. 홍 감독은 “이 인터뷰를 끝으로 짐을 싼다. 3년간 고락을 함께한 직원들과 헤어지는 게 쉽지 않지만, 의미 있는 새 출발을 위해 마음을 추스른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새 감독으로 부하는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프로축구 울산 현대 새 감독으로 부하는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국민영웅 반열에 오른 홍명보 감독. [중앙포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국민영웅 반열에 오른 홍명보 감독. [중앙포토]

울산은 24일 홍 감독을 제11대 사령탑에 선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울산의 새 출발을 이끌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홍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시작으로 올림픽팀(U-23), 성인 대표팀(A팀), 중국 항저우 뤼청(저장 뤼청의 전신)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K리그는 첫 도전이다.

홍 감독은 “감독으로 K리그 무대에  서는 일이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해외에서 들어온 여러 건의 감독직 제의를 거절한 것도 K리그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행히 협회 전무 임기와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울산으로 건너가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원 골’이라는 말로 강조한 것처럼, 울산은 K리그 우승에 목마른 팀이다. 지난해와 올해, 두 시즌 연속으로 라이벌 전북 현대에 간발의 차로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기어이 우승했다. 이 모든 게 후임 사령탑엔 큰 부담이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에서 지도자로 새출발하기 위해 중국, 일본, 중동 등 아시아 여러 나라 클럽의 러브콜을 고사했다. 임현동 기자

홍명보 감독은 K리그에서 지도자로 새출발하기 위해 중국, 일본, 중동 등 아시아 여러 나라 클럽의 러브콜을 고사했다. 임현동 기자

홍 감독은 “전임 김도훈 감독이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떠난 게 오히려 반갑고 고맙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감독으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울산 팬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새로운 성장, 그리고 이를 위한 변화를 홍 감독은 준비 중이다. 코칭스태프에 합류하는 이른바 ‘홍명보 사단’은 대표팀과 항저우에서 한솥밥을 먹은 조광수(39) 전 제주 코치뿐이다. 스페인 출신 코치 등 나머지는 객관적인 역량 검증을 거쳐 선발한다. 홍 감독은 “수석코치를 따로 두지 않는다. 모든 코치가 수평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길 바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선수단 개편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적을 준비하는 공격수 주니오(34), 입대를 앞둔 수비수 정승현(26) 등 결별이 예정된 주축 선수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홍 감독은 “선수 구성에 대해 구단과 이견을 조율하는 단계다. ‘젊은 선수 위주로 바꾼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인위적인 변화가 아니라, 실력이 비슷할 경우 젊고 몸값이 높지 않은 선수를 주목한다는 취지다. 신구 조화를 위한 일종의 체중 조절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복귀는 행정가로 승승장구하던 홍명보 감독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포즈를 취한 홍 감독. 임현동 기자

K리그 복귀는 행정가로 승승장구하던 홍명보 감독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포즈를 취한 홍 감독. 임현동 기자

울산이 ‘팀 홍명보’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K리그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우승을 놓고 절친한 후배 김상식(44) 신임 전북 감독과 대결하게 된다. 또 김기동(49) 감독이 이끄는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도 더욱 주목받는다. 최측근이던 박건하(49) 감독의 수원 삼성, 2002년 월드컵 당시 동료였던 김남일(43) 감독의 성남FC와 승부도 껄끄럽다.

홍 감독은 “모두 자주 연락하며 조언을 주고받았던 좋은 후배다. K리그 현장에선 내가 막내고 초보다. 최대한 많이 배우겠다. 이런 대결 구도가 이슈가 돼 K리그가 더욱 주목받는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활짝 웃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K리그 감독’ 홍명보가 지향하는 축구는 뭘까. 그는 “울산행 소식이 전해진 뒤 한 팬이 ‘홍염(洪炎) 축구(홍명보의 불꽃 축구)를 기대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는 우리보다 강팀과 맞서야 했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울산에서는 공격적인 전술과 선수 구성이 가능하다. 짧고 빠른 패스워크로 경기를 풀어가는 ‘콤팩트 축구’를 뼈대로 다양한 색깔을 내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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