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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北선원 강제북송 인권침해' 진정 각하, "판단에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선원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일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체 파악 한계를 이유로 관련 진정을 각하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인권위가 사건과 관련한 진정에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 각하란 절차상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처분이다.

한변이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소위원회와 전원위원회에서 통일부 담당자의 의견진술을 듣기도 했다.

인권위는 "실체를 파악해 인권침해 유무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비사법적 구제기관인 위원회 조사 권한의 한계상 정보 접근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덧붙인 의견표명에서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피해자를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것은 헌법상 인간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고문방지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관련 법령과 매뉴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상철 상임위원은 소수의견을 냈다. 이 상임위원은 "공공안녕 상 도저히 입국을 허용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인정된다면 피해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제3국 추방 등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음에도 바로 북한으로 추방한 게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변은 "(정부가) 피해자들을 적법절차 없이 북한으로 추방했기 때문에 (인권위) 조사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면 그 자체가 위법한 것"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7일 정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을 북측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범죄자라는 이유에서다. 한변은 같은 달 11일 북한 선원 강제추방은 생명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구제조치를 취해 달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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