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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 與, 변창흠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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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했지만, 상임위 과반 의석인 여당이 표결을 밀어붙였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지난 7월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이후 세 번째다.

국토위는 지난 23일 청문회,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갔으나 보고서 채택에 실패해 28일로 일정을 미뤘다. 이날도 예정 시간 보다 30분 늦게 회의를 시작하며 막판까지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변 후보자 임명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변 후보자가 과거 잘못된 발언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음에도 의혹만으로 청문회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많은 개혁인사가 좌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더는 토론이 불요할 정도로 충분히 토론했다. 24일에도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음에도 국토위의 협치와 상생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 다시 회의를 열었다”라며 “그동안 변 후보자를 현미경으로 지켜봤는데 거두절미돼 매도당한 점이 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김현미 장관을 5시에 퇴임시킨다고 들었다”며 “청문보고서 논의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임명을)강행하는 사례가 과거에 있었는가. 대통령 임명이 법이고 진리인가”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변 후보자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주도한 뒷배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는 인사다. 막말 파문, 성인지 감수성 결여, 준법정신결여 및 위장의혹, 편파적 코드인사 및 일감 몰아주기 등 그동안 의혹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오히려 증폭되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명철회를 통해서 이번 인사참사를 정상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만약에 보고서 채택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동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밝혔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변 후보자의 발언은 정의당에서 애초부터 수용하기 어려운 인식이었다. 그래도 청문기회는 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임했다”며 “부적격 근거를 제시한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달라. 변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인권 감수성 부족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 정서와도 크게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진선미 위원장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안에는 의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 양쪽 의견을 모두 자세하게 적시해서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위원장의 의견”이라며 “이헌승 간사께서 이 표결에 참여하기 어려우시다면 시간을 드릴테니 이석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출세에 눈이 먼 폴리페서 변창흠’, ‘인사가 재앙이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위원장석을 둘러싸며 항의했다. 기립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먹을 쥐고 ‘원천 무효’, ‘지명철회’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 격한 고성이 오간 와중에 재석 의원 26명 중 민주당 의원 17명(위원장 제외) 전원이 기립해 청문보고서는 채택됐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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