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대체요법, 유방암 관련 3중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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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여성들이 갱년기장애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대체요법이 공격적 형태의 악성 유방암을 일으키고, 유방암 진행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치료가 어려운 단계까지 유방암을 은폐하는 등 3중 위험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웨인 주립대학의 수전 헨드릭스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혼합호르몬제제 프렘프로(Prempro)가 이같은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히고 이제는 다른 갱년기장애 치료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작년 여름 미 보건당국이 50-79세의 폐경여성 1만6천6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오던 프렘프로에 대한 대규모 장기임상시험인 '여성건강조사'를 중단하고 프렘프로가 심장마비, 뇌졸중,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헨드릭스 박사는 이 '여성건강조사' 자료를 더 세밀히 분석한 결과 이같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참여자 중 프렘프로 그룹은 245명, 위약을 투여한 비교그룹은 185명의 유방암 환자가 각각 발생했는데 진단 당시 종양의 크기는 프렘프로 그룹이 평균 1.7cm로 비교그룹의 1.5cm에 비해 크고 암세포 전이율도 프렘프로 그룹이 25.4%로 비교그룹의 16%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이는 프렘프로 그룹이 유방암 진행속도가 빠르고 유방암 진단 포착시기가 늦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헨드릭스 박사는 지적했다. 유방암의 진행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유방암이 공격적이고 악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유방암 발생률은 프렘프로 그룹이 24% 높았고 이러한 경향은 프렘프로를 복용하기 시작한 첫 2년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헨드릭스 박사는 이는 프렘프로의 영향으로 유방조직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암세포의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렘프로에 들어 있는 프로제스틴은 유방암 세포를 확산시켜 유방조직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헨드릭스 박사의 지적이다.

한편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리 박사는 JAMA 최신호에 발표된 또다른 연구보고서에서 65-79세의 여성 9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병행투여와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오히려 에스트로겐만 투여한 경우는 훨씬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병행투여한 여성은 5년 이상 경과했을 때 유방암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위험은 프로제스틴을 한 달에 며칠만 간간이 투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리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은 25년 이상을 복용했어도 유방암 위험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리 박사는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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