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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야 아닌 이곳에 왜? 산 오르는 '등산객 두루미' 진풍경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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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민통선 내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임진강 빙애여울 인근 산기슭. 300여 마리의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가 산기슭을 천천히 걸어 오르고 있다. 추수가 끝난 율무밭에 내려앉아 바닥에 떨어진 율무를 주워 먹고 있었다.

연천 민통선 내 임진강 일대는 세계적 희귀조류이자 대형 조류인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겨울철 삶의 터전이다. 어미 두루미 옆에서 먹이를 주워 먹는 어린 두루미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산비탈 율무밭에 운집한 두루미ㆍ재두루미 무리.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산비탈 율무밭에 운집한 두루미ㆍ재두루미 무리.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산기슭 무리 지어 걸어 오르는 모습 ‘장관’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두루미는 통상 여울 및 평야지대 등지에서 월동한다”며 “이에 반해 ‘임진강 두루미’는 임진강 여울과 인근 산기슭 율무밭에서 겨울을 나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산에 사는 두루미’ 또는 ‘겨울 등산객 두루미’라고도 불린다. 임진강 두루미는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여울에서 잠자고 먹이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습지 동물이자 세계적 희귀조류이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산비탈 율무밭에 운집한 두루미ㆍ재두루미 무리.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산비탈 율무밭에 운집한 두루미ㆍ재두루미 무리.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임진강 빙애여울과 산기슭 율무밭 일대에는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시베리아 지역에서 총 700여 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날아와 있다. 내년 3월 중순까지 겨울을 나게 된다. 율무 주산지인 연천에서는 전국 율무의 60∼70%가 재배된다. 율무밭은 주로 임진강변 민통선 내에 있다.

하지만 이런 진풍경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연천 민통선 지역 관광이 1년 3개월째 전면 중단되고 있어서다.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자연학습용 탐조대 조성 필요”

이석우 대표는 “두루미 월동지인 인근 임진강 빙애여울과 더불어 새로운 두루미 서식지인 산비탈 율무밭을 연계해 생태관광 및 자연학습 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 확산 위험이 해소되는 대로 산기슭 인근 두루미 월동지 도로변에 탐조대를 설치해 이색적인 자연학습용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남댐의 겨울철 부분 담수로 인해 두루미가 월동하는 민통선 내 여울 2곳 중 장군여울이 사라지면서 최근엔 민통선 바깥인 군남댐 아래쪽 임진강 얕은 물가에서도 두루미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며 “관광객 출입이 전면 차단된 연천 민통선엔 못 들어가더라고 운 좋으면 이곳에서 두루미를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임진강 군남댐을 관리하는 K워터(한국수자원공사) 군남운영센터는 두루미 보호를 위해 먹이 주기에 나설 예정이다. 빙애여울 주변 대체 서식지 3곳을 중심으로 월동기간 내에 율무와 벼 총 3t을 뿌려줄 계획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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