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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이 부른 비극…남편 살해한 아내 징역 12년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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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판매점. 사진과 기사는 직접 연관 없음. [연합뉴스]

복권판매점. 사진과 기사는 직접 연관 없음. [연합뉴스]

7억8000만원. 로또 복권 1등 당첨의 기쁨을 거머쥔 A씨(남ㆍ59세)의 삶은 채 1년도 이어지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4일 금전문제로 다투다 A씨를 죽인 아내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2년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뒤바뀐 삶…끝나는 데는 11개월

A씨는 지난해 1월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수령금은 7억8000만원. 2000년에 결혼한 뒤 노점상과 보험금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오던 A씨 부부에겐 상당히 큰 변화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갈등을 가져왔다. B씨는 “로또에 당첨된 뒤 남편과 수시로 다퉜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지속해서 폭언을 하며 자신을 무시했고 자신은 이런 남편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집에서 발생했다. A씨가 자신과 상의 없이 땅을 산 걸 알게 된 B씨는 A씨와 다퉜다. 말다툼이 커지자 흥분한 A씨가 쇠망치를 꺼내왔다. A씨의 위협에 B씨는 망치를 뺏으려 실랑이를 벌였고, 흉기를 빼앗아 든B씨는 0A씨의 머리를 내리치고 만다. 쇠망치 가격에 A씨는 바닥으로 넘어졌지만 B씨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스무차례나 이어진 가격에 A씨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만다.

“과잉방위” 주장한 아내…法 “살해 고의성 인정”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B씨는 “살해의 고의가 없었고, 남편이 나를 치려 해 이를 막으려다 벌어진 ‘과잉방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1심은 이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살해의 고의’는 반드시 죽일 마음을 갖고 망치를 휘두른 경우에만 인정되는 건 아니다. ‘망치를 갖고 이 정도로 때리면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아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살인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다. 1심은 “40cm짜리 쇠망치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머리부위만을 공격하면 남편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누구라도 예측했을 것”이라며 “쓰러져 있는 A씨에게 이불까지 덮고 내려친 점을 보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잉방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처음 망치를 가져와 위협한 건 남편이어서 B씨가 자신을 방어하려 망치를 빼앗았을 순 있다. 하지만 법원은 망치를 뺏은 순간 상황은 바뀐다고 판단했다. 손에 망치를 쥐고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된 B씨는 흉기를 숨기거나 현장을 이탈하기보단 A씨 공격에 나섰다. 법원은 이를 과잉방위로 인정할 순 없다고 봤다. 1심은 B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B씨가 격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게 양형에 반영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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