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씹어먹어야 효과가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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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은 물로 삼키는 것이 좋을까, 씹어서 먹는 것이 좋을까.

일반적으론 물로 삼켜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은 위장과 소장에서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흡수되도록 코팅이 돼있기 때문이다.

대개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 혈중농도가 가장 높도록 만들어지며 오랜 시간 일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약을 씹게 되면 코팅 부분이 손상되고 바로 내용물이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흡수가 빨라지고 원하는 시간 동안 충분한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가능하면 용법대로 물로 삼켜 복용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항상 물로 삼키는 것만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빨리 효과를 내야 할 응급상황에선 씹어 먹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진이 최근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자.아스피린의 경우 물로 삼키는 것보다 씹어 먹을 때 혈전 억제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실험은 12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했다. 아스피린을 물로 삼켰을 때 혈전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은 12분이었다. 이에 비해 씹어 삼켰을 경우는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혈전 억제 효과란 혈소판의 작용을 방해해 피를 묽게 해줌으로써 혈관에서 피떡이 엉기는 것을 차단하는 것.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허혈성 뇌졸중(뇌혈관이 터지지 않고 막혀서 생긴 뇌졸중)의 경우 혈전 억제효과는 빨리 나타날수록 좋다.

만일 가슴 한가운데가 불쾌하게 아프거나 팔과 다리의 좌우 어느 한쪽이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아스피린을 물로 삼키는 것보다 씹어서 먹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다. 맛은 조금 쓰다.

그러나 니트로글리세린 등 심장병 환자들이 흔히 지참하고 다니는 구급약은 씹어서 먹으면 안된다. 이들 제제는 아스피린과 달리 위장이 아니라 혀 밑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제조됐기 때문이다.삼키거나 씹어 먹게 되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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