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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기소됐는데...'7대 허위스펙' 조국 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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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입시비리 범행은 우리 사회가 입시 시스템에 갖고 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 같이 질타했다. 이에 딸 조민(29)씨가 향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法 “부산대·서울대 입학업무 방해”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부장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 23일 정 교수의 입시비리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특히 딸 조씨의 ‘만들어진 스펙’이 조목조목 조명됐다.

①단국대 의과학연구서 인턴 및 체험활동확인서 ②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및 체험활동확인서 ③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및 확인서 ④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 확인서 ⑤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인턴 및 인턴 확인서 ⑥동양대 총장 표창장 ⑦동양대 보조연구원 연구활동 확인서가 모두 위조됐거나 허위로 쓰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조씨의 행위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고,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제출됨으로써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평가위원들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콕 짚었다. 위계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을 착각하게 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2015년도 부산대 의전원의 모집요강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사항을 기재할 경우 입학 취소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지원자가 총장 이상의 표창장이 없었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허위 내용(동양대 표창장 등)이 포함된 채 쓰인 자기소개서와 입학원서를 바탕으로 한 평가는 부정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에서다.

당시(지난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조씨는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에 ‘입학 취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조씨의 입학 취소가 결정되면 조씨는 국가고시 지원 자격을 잃게 된다. 의료법 제5조에서 의사 면허 취득 자격을 의대·의전원 졸업자로 제한해뒀기 때문이다. 조씨는 2021년도 의사국가고시를 치룬 상태다.

다만 부산대 측은 “오늘 판결은 1심”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심의기구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는 “잘못된 면허·의료 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손해는 신체, 생명에 관한 것으로 매우 직접적”이라며 “조씨가 직업활동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 보다 국민들이 입을 손해를 더 중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부는 서울대 의전원 1차 합격 역시 위법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허위내용이 기재된 자기소개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한 조씨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했다.

평가위원들이 자기소개서와 증빙서류가 거짓인걸 알았다면 서류평가에서 걸러졌을텐데 높은 전문성과 성실성, 봉사정신을 갖고 있다고 담당자들을 오인시켜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종 합격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이라고도 짚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숙명여고 쌍둥이도 父 판결 뒤 기소

검찰 내부에서는 딸 조씨도 향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한 숙명여고 사건과 비교해서다.

당시 검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정답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3)씨가 징역 3년 6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2개월 뒤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아버지가 구속된 점을 참작했다”며 쌍둥이를 형사 기소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받도록 했지만, 법원이 쌍둥이 자매에 대해선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사실상 형사 기소를 하라며 검찰로 보낸데 따른 조치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연합뉴스

이에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조씨도 추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의 구속을 감당하기 어려운 미성년이었지만, 조씨는 이미 성인이라는 점도 다르다”고 짚었다.

또 다른 검찰 간부 역시 “당연히 기소해야 할 사안”이라며 “다만 지휘 라인이 교체되고, 일부 검사들이 지방 발령난 점 등은 부담일 수 있다”고 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 실무자였던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는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재판 실무를 담당하는 강백신 부부장검사는 통영지청 부장검사로 발령난 것을 두고서다.

다만 수사팀 관계자는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수민·이은지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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