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모임금지 첫날, 서울 70석 고깃집 저녁 손님은 3명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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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뭘 물어봐요. 한번 둘러봐요.”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혜원(60)씨에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의 영향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23일 오후 7시쯤 찾은 70석 규모의 고깃집에 앉은 사람은 3명뿐이었다. 중년 커플이 앉은 테이블과 혼자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 남성이 있는 테이블에만 화로에 불이 켜져 있었다.

중식당 사장 “6인 예약자에 전화
취소 안내하는 내 마음 어떻겠나”

한식집, 점심 5명 일행 들어오자
두 테이블로 나눠 앉히기도

이혜원(60)씨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영업종료를 2시간 앞둔 23일 오후 7시쯤까지 매장을 방문한 손님은 총 3명이다. 정진호 기자

이혜원(60)씨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영업종료를 2시간 앞둔 23일 오후 7시쯤까지 매장을 방문한 손님은 총 3명이다. 정진호 기자

"어제는 손님 4명, 오늘은 3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날 0시부터 수도권은 5명 이상이 사적 모임을 갖는 게 금지됐다. 이 때문에 연말 송년회 등을 위해 예약한 모임을 취소하는 전화가 쇄도하는 등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의 경우 이날 저녁 찾은 손님은 3명이었고, 전날도 예약이 몇 건 취소되면서 2팀을 받는 데 그쳤다.

이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예약이 10건밖에 없었는데 이달 들어 취소된 예약이 9건”이라며 “그나마 있던 크리스마스 등 연말 모임도 5인 이상 집합금지 발표로 전부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힘들어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했는데, 건물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울더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고깃집. 예약이 들어오면 달력에 표시하지만, 이달은 예약이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정진호 기자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고깃집. 예약이 들어오면 달력에 표시하지만, 이달은 예약이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정진호 기자

"연말 대목인데…" "차마 손님 못 내보내"

연말은 각종 송년 모임에 회식 등이 몰려 있어 자영업자들에겐 대목으로 꼽혀왔다. 서울 광진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장모(47)씨는 “12월 들어서는 예약 자체가 거의 안 들어왔는데, 그마저도 23일부터 잡혀있던 예약 중 10여건이 취소됐다”며 “우리 같은 식당은 연초에 적자가 나도 연말에 손님이 많으니까 버티는 건데 올해는 매달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장씨는 ‘24일 6명 식사’를 예약한 고객이 전화를 하지 않자 직접 연락해 취소를 안내했다고 한다. 그는 “전년 대비 매출이 40%도 안 나오면서 인건비랑 임대료만 나오면 안도하는 일이 매달 반복되고 있다”며 “언젠가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빚을 계속 지면서도 장사를 하고 있는데 먼저 예약 취소를 물어보는 마음이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23일 오후 6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중식당의 홀이 텅 비어있다. 지난해 연말엔 같은 시간대 룸과 홀이 모두 만석이었다고 한다. 정진호 기자

23일 오후 6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중식당의 홀이 텅 비어있다. 지난해 연말엔 같은 시간대 룸과 홀이 모두 만석이었다고 한다. 정진호 기자

서울 성동구에서 30석 규모의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점심에 일행 5명이 들어오자 두 테이블로 나눠서 안내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A씨는 “같은 테이블에만 안 앉으면 구청 등에서 확인할 방법도 없는 것 아니냐. ‘꼼수’를 유발하는 행정”이라며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차마 손님들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식당에선 커피 마시는데"…'매장 내 취식 금지' 카페 호소 

지난달 24일부터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카페 업주 사이에선 “1명씩이라도 앉을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46)씨는 “식당은 코로나19가 심해져도 4명까지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하는데 왜 카페는 혼자 온 손님도 매장에서 못 앉느냐”며 “식당에서 커피까지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이어 “동네 카페는 홀 손님이 대부분이다 보니 며칠 전에는 하루 매출이 1만원대였다”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가 '매장 내 취식 금지'로 인해 텅 비어있다. 정진호 기자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가 '매장 내 취식 금지'로 인해 텅 비어있다. 정진호 기자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중현(30)씨도 “일정 기간만 견디라면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벌써 1달이 돼가고 언제까지 테이크아웃만 가능한지 기약도 없다”며 “혼자 카페에서 마스크 쓰고 작업하고 싶어하는 일행 없는 손님들이라도 거리두기 하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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