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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산고속도 요금 오늘부터 반값, 나머지는 도공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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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4일부터 민자도로인 대구부산고속도로의 요금이 절반 넘게 낮아진다. 전 구간을 모두 달렸을 경우 승용차 기준으로 현재는 1만 500원이지만 앞으론 5000원만 내면 된다. 2년 전 요금을 한차례 인하했던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추가로 최대 28% 더 내린다.

서울춘천고속도로도 28% 내려 #민자도로 공공성 높이는 취지 #빚 30조, 이자 연 1조인 도공 또…

그러나 지난해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이어 대구부산 노선의 요금인하를 위해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막대한 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방식이 또다시 동원돼 논란이다.

민자고속도로 통행요금 인하

민자고속도로 통행요금 인하

국토교통부는 23일 ‘대구부산·서울춘천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대구부산 노선은 24일 0시부터 승용차 기준으로 통행료가 최대 52.4% 인하된다. 서울춘천 노선도 현재 5700원(승용차 기준)인 통행료가 4100원으로 낮춰진다. 국토부의 박병석 도로투자지원과장은 “이번에 인하되는 두 노선은 모두 재정고속도로(도공 운영)와 연계된 구간으로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요금 편차가 매우 커 비용부담에 대한 부담이 많은 구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민자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통행료를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제1순환(옛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과 서울춘천 노선, 수원광명노선, 구리포천노선, 천안논산 노선의 통행료가 큰 폭으로 인하됐다.

민자도로의 요금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을 더 늘려주는 대신 요금을 인하토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또 통행료를 내린 서울춘천 노선이 대표적이다. 당초 30년이던 운영기간을 더 연장해줬다.

둘째는 사업재구조화다. 새로 유치한 민간투자자가 통행료 인하에 따른 차액을 운영권 종료 때까지 기존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이후 운영권을 넘겨받아 20년 동안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천안논산 노선의 요금 인하 때는 민간투자자가 아닌 도공이 나서야만 했다. 1조 5000억원 가까운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후 20년간 운영해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민간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구부산 노선에 도공이 선투자해야 하는 돈은 2조 4000억원, 투자금회수에 필요한 시간도 무려 34년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도공의 부채는 30조원을 넘어섰다. 비금융권 공기업 가운데 부채 규모로 5위 안에 들 정도다. 이 때문에 매년 이자만 1조원가량 되며,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으로는 이자와 유지보수, 건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계속 빚을 얻고 있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막대한 부채를 진 도공에 또다시 큰 부담을 안기면서까지 무리하게 민자도로의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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