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 참선 대선사 '에베레스트 산악 마라톤' 완주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복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산악 마라톤에서 84세의 한국 노인이 완주해 화제다.

'에베레스트 골든 쥬빌리' 행사 주최측은 한국의 박희선(84·朴禧善, 전 서울대 교수, 현 생활참선 석천선원 원장) 박사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산악 마라톤은 고도 5천4백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출발, 고도 3천5백m의 히말라야 마을 남체 바자르에 이르는 42.195㎞ 코스로 참가자들은 가파른 오르막길과 만년설로 덮인 고지대를 통과해야 했다.


▲ 박희선 박사가 에베레스트 산악 마라톤을 완주하고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마라톤 사상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네팔 육상선수들을 비롯해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2백여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영하의 추위와 고산병으로 마라톤 본선을 뛴 사람은 35명이었으며 이중 29명이 완주했다고 대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 박사는 지난 95년 76세의 나이로 히말라야의 메라피크(6천65m)를 무산소로 올라 국제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 최고령 등정자로 공인받는 등 노익장을 과시한 바 있다.

박 박사는 "생활참선으로 호흡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마라톤은 꿈도 못꾸었을 것"이라면서 "참선 수련을 하면 감기에 잘걸리지 않는 등 잔병치레가 줄고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 등에도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생활참선 보급에 힘써왔던 박 박사는 서울공대 금속공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과학계의 원로. 또한 석천선원(002-581-3375, http://www.livingzen.org)을 이끌면서 참선의 건강증진과 두뇌개발 효과를 체험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 에베레스트의 만년설을 뒤로 한 채 참선을 하고 있는 박희선 박사.

에베레스트 산악 마라톤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박 박사를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1. 고령인데 힘들지 않았나?
마라톤 참가자 중 40대 이상은 나 혼자였다. 나이가 많다고 다들 우려했지만, 의료진들이 건강검진을 해보고는 폐활량이 많고 호흡이 안정되어 있다고 오히려 깜짝 놀라더라. 사실 나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5년에는 히말라야 메라피크를 산소통 없이 등정해서 기네스북에 올랐고, 2년 전에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천895m)를 정복했다.

2. 완주후 감격을 말로 표현한다면?
그동안 참선만 했지 마라톤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다 해발 5천4백m의 에베레스트 산에서 하는 산악마라톤이라 힘들었다. 테이프를 끊고 나니까 해외 외신 기자들이 달려왔는데 타임지 기자가 맨 먼저 뛰어와서 기분이 어떻냐고 물었다. 당시에는 힘들어서 정말 아무 느낌이 오지 않았다. 목표했던 에베레스트 산악 마라톤을 완주해서 정말 기쁘다.

3. 참선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는지요?
생활참선은 일본 동경대 교수 재직 시절 배우기 시작했는데 꾸준히 해보니 집중력이 굉장히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젊어서 술을 많이 마셔 당시에 벌써 고혈압과 통풍을 앓고 있었는데 수행생활 1년여 만에 이를 떨쳐내고 안경마저 벗어던졌다. 73년 10월 귀국 후에도 독자적으로 수행생활을 계속해 왔고 89년부터 집에서 생활참선운동을 시작, 제자들을 지도해 왔다.

4. 생활참선의 효과와 장점은?
참선을 하면 정신이 통일되면서 뇌와 몸 세포가 활성화돼 공부도 잘되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 7년 전 부산의 한 고교에서 참선을 지도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의 성적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돼 교사와 학부모들이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은 육체적인 피로회복에 좋다. 그러나, 정신적인 피로회복을 위해서는 참선이나 명상을 해야 한다.

5. 참선관련 책도 많이 출간했는데?
86년 첫 출간한 ‘과학자의 생활참선기’란 단행본을 두 세차례 걸쳐 개정해 ‘생활참선’과 ‘생활참선건강법’으로 엮어냈다. ‘생활참선건강법’은 올해 미국에서도 번역 출판된다. 최근 3년간의 연구결과를 수정보완해 과학적인 증거를 보여주려 노렸했다.

6. 참선은 어느 정도 해야 효과가 나타나나?
참선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지속해야 한다. 신체적인 운동이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무리를 하면 오히려 수명이 단축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어서 꼭 참선을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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