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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폭격기 동해 KADIZ 진입 영상 공개…美 "역내 불안정 시도"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ㆍ러 군용기 19대가 22일 무더기로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연합훈련을 벌인 가운데,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당시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훈련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에 미 국무부는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 미군은 훈련 이튿날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 2대를 남중국해 상공에 띄웠다.

Tu-95MS·Su-35S 훈련장면 담겨 #중·러 "글로벌한 전략적 안정 위한 것" #미 국무부 "도발적 훈련…韓 우려 지지" #이튿날 B-1B 2대 괌에서 남중국해로 비행

22일 러시아 국방부는 유튜브 계정에 '러시아 항공우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연합공중순찰 장면'이란 제목의 1분 36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Tu-95MS 전략폭격기와 이를 호위하는 Su-35S 전투기가 출격해 동해 상공을 비행한 뒤 기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훈련에는 중국 측에선 H-6 전략폭격기 4대, 러시아 측에선 Tu-95MS 2대를 포함한 15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일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발표한 중ㆍ러 전략폭격기들의 비행경로 지도. 노란 실선은 러시아 Tu-95MS 2대의 비행경로, 빨간 실선과 보라색 실선은 각각 중국 H-6 2대의 비행경로다. [통합막료감부 홈페이지]

일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발표한 중ㆍ러 전략폭격기들의 비행경로 지도. 노란 실선은 러시아 Tu-95MS 2대의 비행경로, 빨간 실선과 보라색 실선은 각각 중국 H-6 2대의 비행경로다. [통합막료감부 홈페이지]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Tu-95MS 전략폭격기가 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Tu-95MS 전략폭격기가 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인 중ㆍ러의 견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중ㆍ러 양국이 훈련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에서도 그런 성격이 드러난다.

이날 중ㆍ러는 이번 훈련을 '연합공중순찰'로 부르면서 "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훈련이 양군의 연차계획에 따른 것으로 "제3국을 향한 훈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훈련 시간과 구체적인 비행경로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훈련 목적이 "중ㆍ러 양군의 전략적인 능력과 공동행동 능력 향상"이며 "공동으로 글로벌한 전략적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여러 차례 동맹 강화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회복을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의 메시지인 셈이다.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Su-35S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Su-35S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미 국무부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은 어길 수 없다"며 "상황을 주시하면서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를 막겠다"는 논평을 냈다. 또 "미국은 (중ㆍ러의) 도발적인 공군 훈련에 대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의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중·러 연합훈련 이튿날인 23일에 B-1B 폭격기 2대와 KC-135R 공중급유기 1대를 미국령 괌 앤더슨 기지에서 남중국해로 급파하기도 했다. 경고 차원의 비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중ㆍ러 연합훈련 당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도 대응을 위해 긴급 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에 해당)에 따르면 중ㆍ러 폭격기 4대가 동중국해 고토 열도 인근 상공에서 합류해 센카쿠 열도를 향해 편대 비행을 했다.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Tu-95MS 전략폭격기 조종사들의 모습. [유튜브 캡처]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Tu-95MS 전략폭격기 조종사들의 모습. [유튜브 캡처]

이후 북위 27도 근처에서 침로를 바꿔 편대를 유지한 채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미야코 해협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와 북상했다고 일본 방위 당국은 파악했다.

중ㆍ러 양국 군용기가 집단으로 KADIZ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당시엔 양국 군용기들이 무단으로 독도 주변 영공에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섰고, 일본 자위대 전투기도 출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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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본 정부가 독도 주변을 자국 영공이라고 주장하며 중·러는 물론 한국에도 유감을 표시해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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