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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변창흠 SH 사장되려 세종대 휴직···규정 위반인데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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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취임하기 위해 세종대를 휴직하면서 당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H 사장 취임은 학교 규정상 휴직 사유가 아님에도 휴직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던 2014년 11월 SH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첫 학자 출신 SH 사장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사장 취임을 위해 세종대에 휴직을 신청했다. 휴직을 하면 교원 신분이 유지되고, 휴직 사유가 사라졌을 때 다시 교수로 복귀할 수 있다. 변 후보자는 세종대 정교수에 부임한 2014년 3월 이후 총 6년 9개월의 기간 가운데 4년 7개월을 휴직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당시 내부 규정을 위반한 채 휴직 절차가 진행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원실이 세종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세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정관 제44조 13항에는 ‘국가기관 또는 동 부설기관의 주요 보직에 한시적으로 임명된 때’ 휴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박 의원은 “공사(公社)인 SH는 국가기관이나 부설기관으로 볼 수 없어 휴직 대상이 아닌데도 사장 취임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했고 또 학교에서는 허가를 해줬다”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규정을 피해 가는 혜택을 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변 후보자의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국민의 비난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제2의 조국, 추미애, 김현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변 후보자의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국민의 비난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제2의 조국, 추미애, 김현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박 의원실 측은 세종대가 변 후보자 휴직 직후 해당 규정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종대는 변 후보자 휴직 3개월 뒤인 2015년 2월 관련 조항을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특수법인 등의 주요 보직에 한시적으로 임명된 때’로 개정했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SH 사장 취임은 휴직 사유에 해당한다.

박 의원은 “변 후보자의 휴직 직후 시점에, 변 후보자의 사례를 콕 집어 규정에 집어넣은 것”이라며 “학교가 변 후보자를 배려하기 위해 규정을 바꾼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세종대 측은 “이사회를 통해 규정을 바꿨는데, 그 이유까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변 후보자 측은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상 국가기관에 해당하고, SH를 그 부설기관으로 판단해 휴직을 승인한 것 같다”며 “규정이 바뀐 경위 등은 후보자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국토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변 후보자는 오늘 즉시 자진해서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즉시 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자격을 잃은 변 후보자를 청문회장에 세울 수 없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다.

이들은 3대 중대 결격사유로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 ‘권력의 사유화와 이권 개입’, ‘그릇된 부동산 인식’을 내세웠다. 이어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은 내용 중에도 문제 되는 사안이 있는데, 사퇴하면 덮어두고 안 하면 청문회장에서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온라인 간담회을 개최하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온라인 간담회을 개최하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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