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요식업자·일용직 고의로 '쿵'…보험사기도 '생계형'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12:00

#A씨 일당 6명은 지난 상반기 서로 공모해 고의로 자동차사고를 발생시켰다. 이들은 사고 후 합의금·병원치료비·차량수리비·장기보험 후유장해 보험금 등을 명목으로 3개 보험사로부터 약 9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보험사기 적발 인원과 금액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셔터스톡

코로나19 여파로 보험사기 적발 인원과 금액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셔터스톡

#외제차 정비업체 B사는 사고 차량을 입고한 뒤, 파손되지 않는 부위까지 수리한 것처럼 꾸며 관련 부품과 도장·타이어 등을 보험사에 허위 청구했다. 이들이 12개 손해보험사로부터 편취한 보험금은 약 10억원이다. 이 보험사기엔 정비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조직적으로 공모 가담했다.

지난 상반기(1~6월) 적발된 보험사기 대표 사례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됐던 지난 상반기 중 이런 식의 보험 사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했다. 적발 금액과 적발 인원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요식업이나 일용직 종사자들의 ‘생계형 보험사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

팍팍해진 생활에…보험사기 역대 최고

지난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52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134억원)보다 9.5%(392억원) 증가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4만74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3094명)보다 10%(4323명)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2018년 이후 2년째 큰 폭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사기 금액별, 인원별, 유형별 적바라 추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금액별, 인원별, 유형별 적바라 추이. 금융감독원

적발된 보험사기의 71%는 500만원 이하의 소액 건이었다. 1인당 평균 적발 금액은 950만원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허위입원은 감소했지만 보험금 편취가 쉬운 허위장해 등 단발성 보험사기가 증가한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했다.

허위·과다사고 중 허위장해와 허위진단이 각각 51%(137억원), 30.5%(27억원) 증가한 데 반해 허위입원과 허위수술은 각각 30.3%(127억원), 64.6%(190억원) 감소했다. 자동차 고의 충돌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9%(57억원) 늘었고, 자동차 사고 관련 피해 과장도 52.5%(140억원) 증가했다.

요식업·일용직 급증…청년·고령자 가담 증가세

코로나19로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의 생계형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 셔터스톡

코로나19로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의 생계형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 셔터스톡

보험사기 적발자의 직업은 회사원(18.5%), 무직·일용직(10.4%), 전업주부(10.4%) 순으로 예년과 비슷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영난에 처한 요식업 종사자의 보험사기 가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1144명) 급증하고, 일거리를 잃은 무직·일용직도 전보다 22.9%(921명) 증가했다. 교육 관련 종사자(44.2%)와 건설·창고업 종사자(25.4%)의 사기 가담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같은 전문종사자 보험사기는 줄고, 무직‧일용직, 요식업 종사자 등 생계형 보험사기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비중 추이. 금융감독원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비중 추이. 금융감독원

연령별로는 40~50대 중년층 적발 비중이 44.2%(2만 958명)로 가장 많았다. 다만 10·20대 청년층의 보험사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3% 증가했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도 14.7% 증가하는 등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령대에서 보험사기 가담이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이 병원 치료나 자동차사고 등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만큼 보험소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며 "소액이라도 사고내용을 조작·변경해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보험사기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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