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이프 트렌드&] 도심 속 자연과 역사 치유 … 국민과 함께 만드는 ‘용산공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서울 용산공원은 300만㎡ 크기의 땅이 치유의 공간으로 조성되는 첫 국가공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사진은 용산공원 조성 예상도로 미래를 담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사진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단]

서울 용산공원은 300만㎡ 크기의 땅이 치유의 공간으로 조성되는 첫 국가공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사진은 용산공원 조성 예상도로 미래를 담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사진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단]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개방된 옛 미군 장교 숙소와 이달 반환된 스포츠필드를 시작으로 앞으로 단계적으로 반환될 용산기지 본체 부지를 국민을 위한 열린 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서울 용산공원은 자연과 역사를 치유하는 미래세대의 공원으로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게 됐다.

옛 미군 장교 숙소 5개 동 리모델링 #문화·전시·체험 공간으로 새단장단절된 부지를 에코브리지로 연결 #미군기지 이전 맞춰 단계별로 조성

지난 8월 옛 미군 장교 숙소 개방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 지난해까지 미국 주소지였으며, 옛 용산기지 장교 숙소 5단지로 사용됐던 이곳이 한국 주소를 회복하고 지난 8월 한국 국민에게 개방됐다.

본격적인 용산기지 반환 및 공원 조성에 앞서 국민과 용산공원의 역사·문화적 의미를 공유하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약 5만㎡의 부지에 건축물 18동이 있고, 이 가운데 5개 동을 리모델링해 문화·전시·체험 공간으로 새로 단장했다. 용산기지 전시공간, 실제 주택으로 사용됐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오픈하우스 ‘오손도손’, 아카이브 자료실 ‘차곡차곡’, 카페 ‘누리방’ 등 총 10개의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으며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전문 해설사의 가이드를 받으며 공간의 역사, 문화, 지리적 배경과 향후 용산공원 조성 계획 등 설명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미개방 상태인 나머지 건물 13개 동도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의견을 담은 시설 활용 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미국과 제201차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내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 2곳 5만m²부지에 대해서는 보안상 필요 조치를 거쳐 활용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 근현대사가 압축된 생태공원 조성

지난 8월 개방된 용산공원 5단지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국민을 위한 열린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8월 개방된 용산공원 5단지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국민을 위한 열린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1904년 일제가 한일의정서를 체결하고 용산 일대를 군용지로 강제 수용하면서 아픈 역사가 시작됐다. 1908년 조선주둔군 사령부 등 군사기지가 설치된 것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여러 외국군 주둔지로 사용됐다. 광복 후에는 3년여간 미군이 사용했고 1952년 한국전쟁 중 기지 재건 등 이유로 정부가 미군에 정식으로 부지를 공여했다. 용산 기지는 어두운 역사를 거치며 높은 담과 철조망에 가려져 한국의 것임에도 발 디딜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됐다.
지난 2003년 한·미 정상이 주한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하면서 용산 일대가 10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2005년 해당 부지를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추진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이 지나왔던 근현대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온전한 영토 회복으로 역사와 자연을 치유하고 미래를 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에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가 열렸고, 세계적인 조경설계사무소 West8 컨소시엄의 당선작을 바탕으로 진행된 기본 설계안이 2018년 말에 마무리됐다. 이 설계안은 한국 근현대사가 압축된 공간을 변모시켜, 역사와 자연을 치유하고 미래를 담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우선 군용지 사용으로 훼손됐던 둔지산을 본래의 부드러운 능선으로 회복하고 단절된 부지를 에코브리지로 연결해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을 복원한다. 더불어 잔디광장, 숲, 숲속 계곡, 호수 등 지속 가능한 경관을 조성하고 인공 구조물 최소화 및 보행 및 자전거 위주의 동선 설계로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건축물의 구조가 기능적 가치가 있는 경우, 일부 흔적을 남겨 공원 외부시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국민 의견 반영 위해 다양한 소통 방법 마련

공원 예상도 이미지.

공원 예상도 이미지.

국토부·서울특별시·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용산공원 조성에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국민소통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용산공원이 완성되기까지 ‘용산공원 친해지기’ ‘용산공원 함께 만들기’ ‘용산공원 가꿔 나가기’라는 계획 아래 토론회·캠페인·공모전 등 다양한 소통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소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300명을 모집했다. 참여단은 내년 6월까지 교육, 워킹 투어,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용산공원 조성계획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국민 권고안을 마련한다. 또 ▶용산공원 이용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 ▶역사문화유산 활용방안 탐구 ▶지역사회 관점에서 의제 발굴 등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권고안에 담긴 의견은 최종 조성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그동안 사용되던 용산공원에 정식 명칭을 선정하기 위한 대국민 네이밍 공모전과 용산기지에 얽힌 이야기 및 사료를 모으는 아카이브 사진 공모전이 접수를 마치고 현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용산공원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단계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해 단계별로 조성을 추진한다. 먼저 개방이 가능한 부분은 상황에 따라 먼저 국민에게 공개된다. 이후 한미연합사 등 미군 잔류 부지까지 공원화가 완료되면 국립중앙박물관·전쟁기념관 등을 포함한 역사와 문화, 자연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의 첫 국가공원이 탄생한다.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한 세기가 지나고 강산이 또 한 번 바뀐 긴 시간을 지나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공원은 아픈 역사를 딛고 치유의 공간으로 조성되는 첫 국가공원인 만큼 국민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조성할 계획”이라며 “국민 여러분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금주에 개최될 제3차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에서는 용산공원 경계확장, 부분반환 부지 활용, 공원 명칭공모, 공원 조성계획 확정, 시설물조사 및 아카이브 구축방안 등, 국민에게 공원을 온전히 돌려드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앙일보디자인=송덕순 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