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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진짜 백수오, 다중 유전자 분석법으로 구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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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양태진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 학부장·교수

양태진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 학부장·교수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인기를 얻은 백수오는 2015년 가짜 백수오 혼입 이슈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때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는 ‘백수오 유전자검사명령제’를 만들어 시행했는데, 2017년 봄에는 농민들이 재배한 2016년산 백수오가 식약처 공인 유전자검사법에 의해 전량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기고 #양태진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장·교수

식약처 백수오 유전자 검사법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법(PCR)으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엽록체의 matK 유전자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개의 염기서열을 선택적으로 증폭하고 형광신호를 이용해 검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증폭 횟수와 DNA 양을 조금만 증가시켜도 이엽우피소에만 특이적으로 검출돼야 할 형광신호가 백수오에서도 검출되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는 식물유전체의 복잡성(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 간 DNA 조각 상호 이동)에서 기인하는 현상임을 밝혀냈다.

당시 보고된 다른 유전자검사법을 적용할 경우에도 일부 백수오 개체들에서 이엽우피소와 동일한 유전자형이 검출되거나, 반대로 일부 이엽우피소 개체들에서 백수오와 동일한 유전자형이 검출되는 양상이 발견돼, 경우에 따라 진짜가 가짜로 혹은 가짜가 진짜로 오인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을 유전체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난 4월 네이처 자매지를 통해 보고했다.

또 한 가지 유전자만을 검사했던 기존 방법과는 달리, 생물 다양성을 고려해 여러 곳의 유전자 지역을 분석해 종을 판별하는 ‘멀티 바코드 DNA 분석법’을 제안해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떤 생물이든 유전적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1개의 유전자 분석으로는 종식별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수집 자원에 따라, 혹은 어떤 변이지역을 사용하였는가에 따라 백수오 중에서도 이엽우피소와 유사한 유전자형을 가진 개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유전자검사법을 많은 개체에 검증해 유전자 검사법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 신뢰기업으로 손꼽히는 유한양행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 대한 우수한 기능성을 검증하고 투자를 감행하며, 여성 갱년기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멀티 바코드 DNA분석법을 통해 원물부터 기능성 원료, 완제품까지 총 30단계에 걸쳐 철저히 검증한, 믿을 수 있는 제품만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고유 민속식물인 백수오를 이용한 산업이 부활하고 많은 고생을 한 농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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