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O세대' 사회 문제화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의 비만이 급증,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6세에서 19세 이하의 연령층 가운데 비만인구가 7명당 1명꼴이다. 비만(Obesity)을 빗대어 'O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한숨섞인 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1990-2000년 자료를 보면 이들 연령층의 15%, 약 900만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년 전인 1980년의 자료와 비교하면 뚱뚱한 어린이와 10대의 비율은 각각 2배와 3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의 비만을 걱정스레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CBS방송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압도적 다수가 자신들의 젊은 시절보다 비만 현상이 확대됐고 건강상의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27%는 인스턴트 식품의 범람을 비만 확산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고 운동량 부족을 지적한 의견도 22%에 달했다.

미국 언론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들이 건강에 좋지않은 음식을 자주 먹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집에서는 냉장고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꺼내 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이 보편화돼 있고, 학교에 가면 자판기에서 언제든 청량음료와 사탕, 스낵과자와 같은 것을 사먹을 수 있으며, 교내 식당의 메뉴도 패스트푸트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 전역의 초등학교 가운데 43%가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74%와 9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토미 톰슨 보건장관은 13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패스트푸드업계와 음식점들이 비만 억제를 위해 메뉴를 바꿔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톰슨 장관은 "우리는 비만 관련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연간 1천170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30만명이 이런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규모의 햄버거 체인업체인 맥도널드가 샐러드를 메뉴에 추가한 것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물론 맥도널드의 이런 조치는 비만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소송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음식도 문제려니와 요즘의 미국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신체 활동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도 우려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운동량 부족은 아이들이 야외에서 뛰노는 대신 TV나 게임기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어 대학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가 지난 2000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어린이들이 TV와 게임기를 포함한 각종 전자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4시간 30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은 이들이 결국은 나이를 먹기 때문에 성인 비만의 확산으로 이어진다는데서 공중보건상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줄리 거버딩 CDC 국장은 이른바 'O세대'의 증가는 심장질환자와 당뇨병 환자의 증가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