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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접고 서울시장 택한 안철수…"安 빼곤 박영선에 다 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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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통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통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하는 대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고 20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대표는 2022년 대선 불출마도 공식화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차기 대선에 시선을 고정해 왔다. 지난 10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절대 안 나간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이미 말했던 대로”라며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달 초에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을 통해 “서울시장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이 채 안 돼 서울시장 도전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에 대해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들었다. 안 대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다음 대선에서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께 말씀드리려 했지만, ‘내년에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라는 많은 원로의 충정 어린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자체 분석 결과 안 대표가 아니면 누가 나가도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지는 거로 나왔다”며 “서울을 내주면 대선은 더 이기기 힘들다는, 절박한 심정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논의를 끝마친 박원순 전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모습. [중앙포토]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논의를 끝마친 박원순 전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모습. [중앙포토]

결자해지(結者解之)도 출마 명분 중 하나다. 안 대표는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처음 당선될 당시,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었지만, 박 전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었다. 안 대표는 전날 당직자들에게 출마 결심 사실을 알리며 박 전 시장을 언급했고, 이날도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 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박 전 시장은 물론,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그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이다.

김종인 "먼저 반응할 필요 없다"…단일화 방식이 관건

국민의힘 김종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징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징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제는 앞으로다. 국민의힘과의 경선 방식 등 민감한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유불리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며 야권 단일 후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야권 주자들의 빅텐트를 세우자는 논리로, 지난달 야권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원한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 플랫폼을 구성해 그 안에서 후보 간 경쟁을 하자는 게 안 대표 생각이다. 현재로선 국민의힘에 입당해 그 안에서 경선 레이스를 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바로 경계했다. 이날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기는 야권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야권에 단일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취지에도 공감한다”면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결선 경선’과 같은 것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의 승리와 단합을 위한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통합 경선(원샷 경선) 방식을 간곡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후보 단일화 방식에는 순차 경선과 통합 경선이 있다. 안 대표는 2011년 박영선(민주당 단일 후보)-박원순 단일화 모델을 선호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국민의힘 후보들과 함께 겨루는 통합경선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공개회의에서 “안 대표는 여러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우리 당에서 먼저 안 대표에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뒤 소통관을 나서던 중 한 지지자에게 꽃다발을 받는 모습. 왼쪽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뒤 소통관을 나서던 중 한 지지자에게 꽃다발을 받는 모습. 왼쪽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시선은 각종 지지도 조사에서 야권 선두를 달리는 ‘나경원-오세훈’ 에게도 쏠렸다. 나경원 전 의원은 안 대표 출마에 대해 “흥미로운 전개”라는 짤막한 입장을 전해왔다. 오세전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참여가 야권 단결의 시발점이 되어 정권 탈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내년도 보선, 그리고 대선 승리로 가는 야권 대통합과 단결의 큰 밑그림이 마련되어 나갈 것이다. 저도 어떤한 역할이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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