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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확진' 싱가포르의 반성, 전국민 백신 이미 준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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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인구 570만명인 싱가포르가 연내 화이자 백신 무료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과 백신 확보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4월 하루 확진자 1000명, 위기 고조 후 #제약사들과 조기 접촉, 조기 계약금 지급 #"관료, 위기 극복 도운 보이지 않는 영웅" #물류 시스템도 초저온 백신 이송에 도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14일 싱가포르의 백신 확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14일 싱가포르의 백신 확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지난 14일(현지시간) 리셴룽(68) 싱가포르 총리는 내년 3분기(7∼9월)까지 모든 싱가포르인을 접종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면서 "접종 우선순위는 의료진과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이들, 고령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내각 관료들도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접종을 희망하는 장기 체류자도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리 총리는 그동안의 백신 확보 과정을 설명하며 ▶제약사들과의 조기 접촉 ▶부처 관료들의 노력 ▶초저온 백신 운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 구축 등을 성공 배경으로 언급했다.

싱가포르가 백신 확보에 매진했던 것은 올해 초 겪었던 '뼈아픈 실수'가 계기였다. 올해 3~4월 싱가포르의 하루 확진자는 1000명 이상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핵심 요인은 코로나 19 백신을 얼마나 빨리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되는가였다"면서 "정부는 백신 접종을 위해 조용히 배후에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10억 싱가포르 달러(약 8200억원)를 배정한 후 제약사들과 초기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시노백을 포함한 유효한 후보 여러 곳과 사전 구매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을 지불했다.

싱가포르의 백신 확보 노력은 자국 내에서도 이뤄졌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내에서 진행되는 백신 연구에도 정부가 지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면서 "싱가포르 과학자들이 최첨단 연구를 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백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서였다"면서 "여러 부처의 관료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라고 정부 관료에게 공을 돌렸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 수년간 투자한 것도 백신 이송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이송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프라스트럭처와 숙련된 인력이 필수다.

리 총리는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이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다"면서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지상 조업업체들은 의료물품을 운송할 수 있는 인증(IATA)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수년간의 장기적 투자가 결실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의 물류 성과지수(2018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아시아 2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은 "코로나 19로 인해 싱가포르의 헬스케어·제약산업 내 콜드 체인 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에서 가동중인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춘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가동중인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춘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전 국민을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고 신규 확진자도 사실상 '제로'인 상황이지만, 리 총리는 "지금은 절대 긴장을 풀고 방심할 때가 아니다"면서 "문제가 사라졌다고 상상하며 큰 파티를 열 때도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20일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5만8403명, 사망자는 29명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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