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집이나 요양병원에서 대기하다 숨진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방역당국이 갑자기 이들 사망자의 집계 기준을 바꿔 ‘통계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전 참고자료에는 8명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는 3명이라고 밝혔다. 나흘 전 서울에서 숨진 A씨(60대)와 지난 2~3월 대구·경북지역 대유행 때 사망한 두 명의 환자다. 하지만 방대본이 밝힌 대기 중 사망자는 하루 전만 해도 5명 많은 8명이었다.
방대본은 지난 18일 오후 7시쯤 ‘코로나19 격리병상 입원·전원(轉院) 대기 중 사망현황’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자택 대기 중 사망(3명) ▶요양병원에서 전원 대기 중 사망(5명) 등 모두 8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3시간 40분 만에 정정했다.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를 모두 뺐다.
갑자기 바뀐 통계 기준
가택에서 사망했거나 입원 전 응급실에서 사망한 경우를 대기 중 사망으로 정의했다. 의료기관(요양병원)에서 의학적 처지를 받던 중 숨진 사례는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병상 대기 중 사망자 수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조금 더 있다”며 “요양병원 등에 입원 중인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 현 (병원에서의) 의료적 처치나 관리상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환자들이 ‘코호트’ 격리된 병원 안에서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만큼 대기 중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요양병원 사망자 생전에 전원 요청해
하지만 이를 두고 통계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5명의 요양병원 사망자 모두 숨지기 전 중증환자로 분류돼 긴급 병상배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지 않다. 사망장소는 성남시의료원 응급실(2명), 요양병원(3명)이다. 부천시보건소 관계자는 “대부분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지병)을 가진 외상 환자들이었다”며 “확진 후 중증환자로 분류해 배정 요청반에 요청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가 생전 입원했던 부천시 내 B요양병원은 코호트 격리 후 의료진·행정인력 16명이 파견돼 있다. 대구 등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전문가 "요양병원 중환자 치료 어려워"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음압병상과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기)와 같은 시설·물자 외에 전문적인 중환자 치료 의료진, 렘데시비르와 같은 중증환자용 치료제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며 “일반 요양병원에서는 중환자 치료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의료적 처치가 제공된다’며 대기 중 사망자 통계에서 요양병원을 뺀 것에 대해 “현 상황이 납득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18일 기준 전국의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모두 252개다. 이 중 33개(13.1%)가 비어 있다.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수도권에는 6개 남았다. 서울 4개, 경기·인천 각 1개다. 이에 정부는 상급 종합병원, 국립 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첫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 국립 대학병원은 1% 이상의 중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하도록 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