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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소방관' 달력 봉사 "화상 환자 돕는다길래 4개월 운동"

중앙일보

입력

특별한 사연을 담고 올해로 꼬박 7년째 만들어지는 달력이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몸짱 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이다.

아버지를 잃은 딸, 얼굴에 화상을 입은 아이. 서민들이 신음하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최정호(29) 서울 성북소방서 길음 119안전센터 소방관을 전화로 만나 '달력 모델 도전기'를 들어봤다. 최 소방관의 사진은 최근 발매된 몸짱 소방관 달력 가운데 4월에 실렸다. 몸짱 소방관 달력은 한부 1만원대로 내년 1월 19일까지 판매된다. 수익금은 모두 저소득층 화상 환자 지원에 쓰인다.

최정호 서울 성북소방서 길음119안전센터 소방관. 2021년도 달력 4월 모델로 실렸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최정호 서울 성북소방서 길음119안전센터 소방관. 2021년도 달력 4월 모델로 실렸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방관이 된 계기가 있나.
좀 부끄러운 이야긴데, 어릴 때 집 앞에 119안전센터가 있었다. 소방서 문이 열리면 소방차, 구급차가 반짝거리면서 출동하는 게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특전사 부사관으로 4년간 근무하며 시험 준비를 했다. 퇴근하고 공부하고 했는데 운이 좋아서 붙었다. 2018년 5월에 합격하고, 두 달 뒤 전역을 했다. 지난해 7월 성북소방서 길음 119안전센터로 배치받아 구급대원을 하고 있다.
구급대원 활동이 쉽지 않을텐데.
구급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전담 구급대를 할 때도 있는데, 주로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분들을 이송했다. 지금은 코로나19 구급대 일이 힘들다 보니 돌아가면서 교대로 하고 있다. 소방서마다 전담 구급대가 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전담 차량이 낮 시간대엔 소방서에 없다. 항상 나가 있는 상태다. 그만큼 환자가 많다. 
지금같이 확진자가 급증할 때는 환자 이송이 어렵겠다.
119 신고 당시엔 열도 없고, 기침도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가보면 열이 있거나 콜록콜록 기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엔 병원 이송을 하고 따로 격리되기도 한다. 구급대원들은 마스크, 장갑, 안경, 보호용 앞치마를 착용하고 출동을 하는데,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려면 보호복(가장 보호 단계가 높은 D급 보호복)을 착용해야 한다. 출동하는데 보호복 착용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다. 심정지 환자인 경우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보호복을 입고 나간다. 최근엔 코로나19 환자가 많아 일반 구급차로 출동하면서 보호복을 입고 간다.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 뒤에 차를 소독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올해도 '몸짱 소방관 달력'을 제작했다.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저소득 화상환자 치료에 쓰인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올해도 '몸짱 소방관 달력'을 제작했다.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저소득 화상환자 치료에 쓰인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병상이 없어서 대기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병원에 빨리 모셔다드리고 싶지만 오래 지체되는 경우가 있다. 병상이 없다 보니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구급대도 이송을 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몸짱 소방관 달력은 어떻게 도전했나
임용되고 화상 환자 세 분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심한 화상 환자였는데, 그중에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은 어린아이가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집이 어려워 치료를 못 받았다고 했다. 화상은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해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도울 방법이 없나 보다가 달력으로 어려운 화상 환자를 돕는다고 해서 도전하게 됐다. 운동을 좋아한 것도 있었다(웃음).
일하면서 몸짱 단련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4개월을 준비해다. 야간근무 끝나고 운동을 했다. 보통은 하루 근력운동 2시간, 유산소운동 1시간씩을 했다. 그렇게 하고 달력이 나온 걸 보니 정말 뿌듯했다. 언젠가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열 개를 샀다(웃음).
앞으로 바람은.
처음 출동해서 잊히지 않는 현장이 있었다. 아버지와 딸 둘이 살다가 딸이 119 신고를 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아버지는 사망한 지 오래된 상태였다. 딸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장례식을 치를 비용도 없고, 도와줄 가족도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사실 국민은 소방관은 불을 끄는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구조도 하고 구급, 화재진압, 예방업무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욕심이지만 소방관이 하는 모든 분야의 일을 다 해보고 싶다. 많이 경험하고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국민께서 기본적인 안전 상식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소화기나 완강기 사용법 같은 것들이다. 당장은 필요 없지만,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있어 정말 안타까울 때가 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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