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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나브로 벌어지고 있는 두 가지

중앙일보

입력

죽으라고 싸운다. 거의 내전 수준이다. 추-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싸움은 항상 재밌다.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화끈하다. 오늘은 누가 이겼나, 전 국민을 TV 앞에 불어 모은다.

우주, 중앙아시아 초원, 사이버 공간 #치고 달리는 중국, 미국이 최종 타깃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한국 정치권

당쟁을 벌일 때, 내전 수준의 권력 투쟁이 벌어질 때 일은 터졌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병자호란이 그랬고, 을사늑약 때도 다르지 않았다. 위정자들은 밖에서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지금이라고 다르겠는가….

대륙의 바람은 여전히 심상치 않다. 중국 달탐사선 창어 5호가 달의 흙과 돌 2kg을 갖고 돌아왔다. 미국과 러시아만 했던 일. 그걸 중국이 했다. 중국은 우주에서 미국과 맞짱 뜨겠다고 벼른다. 지금 이 시각에도 중국 화성 탐사선은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17일 새벽(현지시간) 달 샘플을 싣고 네이멍구(內蒙古) 쓰쯔왕(四子王)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신화통신]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17일 새벽(현지시간) 달 샘플을 싣고 네이멍구(內蒙古) 쓰쯔왕(四子王)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저 이웃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커갈지, 어떤 나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까마득하다. 그래도 우리는 도낏자루는 썩어 문드러지는 줄 모른다.

코로나 19 시기, 중국 내부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시나브로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중국의 내일을 결정할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선 중국-유럽 열차다.

중국 많은 도시의 기차역에서는 지금 유럽으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길게 연결한 화물열차다.

이런 식이다.

"표준 컨테이너 60TEU를 실은 쑤저우(蘇州)발 바르샤바행 중국-유럽 열차가 네이멍구(內蒙古)성 만저우리(滿州里)역을 천천히 빠져나와 1만㎞가 넘는 유럽으로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10편에 달하는 중국-유럽 열차가 만저우리 국문(國門)을 통해 국경을 오간다"(신화사 보도).

[신화통신]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 중하(中哈, 중국-카자흐스탄) 물류기지에서 대형 기계가 열차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신화통신]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 중하(中哈, 중국-카자흐스탄) 물류기지에서 대형 기계가 열차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쑤저우, 우한, 이우, 청두, 칭다오, 진화, 쿤밍...중국 주요 도시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중앙아시아 초원을 달려 유럽에 닿는다. 저장(折江)성 이우(義烏)발 스페인 마드리드행 열차는 총구간 1만3천906㎞다. 세계에서 가장 긴 화물 철도 노선이다.  이우 소상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그 길로 마드리드까지 달리고 있다.

1만 편이 넘었다. 중국 동북의 만저우리, 북부의 얼롄하오터(二連浩特), 북서부의 아라산커우(阿拉山口)와 훠얼궈쓰(霍爾果斯)는 중국-유럽 열차의 4대 통로(口岸)다. 중국 언론은 올해 아라산커우와 훠얼궈쓰를 오고 간 중국-유럽 열차는 4천 편이 넘고, 만저우리는 3천여 편, 얼롄하오터는 2천여 편에 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그렇게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막히면서, 중국산 제품은 더 맹렬하게 유럽 시장으로 치닫고 있다.

또 다른 사건은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다.

지난 11일 쑤저우 시민 10만 명은 갑자기 공돈이 생겼다. 핸드폰에 디지털 위안화 200위안, 우리 돈 약 3만3000원이 들어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추첨을 통해 내려준 '디지털 위안화'다. 환호했다. 중앙은행이 줬으니 거짓일 리는 없고…. 나가서 한번 써볼까~

진짜였다. 징둥 사이트에 가서 물건을 주문하고,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샀다. 핸드폰만 대면 쓱 결제됐다. 엇, 이거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다른 게 없잖아?

왜 다르지 않겠는가. 다르다.

알리페이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화폐다. 그냥 현금이라고 보면 된다. 온라인에서도 쓰고, 오프라인에서도 쓴다. 인터넷이 돼도 쓰고, 인터넷이 안 돼도 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개인 간에도 주고받을 수 있다. 가맹비, 결제수수료 없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이 광둥성 선전에 이어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이 광둥성 선전에 이어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태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은행, 보안 관련 IT업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핑센터 등을 망라하는 '핸드폰 위안화' 생태계다. 알리바바는 완오브뎀이다. 이젠 마윈을 불러들여 혼낼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실험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선전에 이어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 거래가 잘 될 지 시험 중이다. 쑤저우에서만 2천만 위안(약 33억 3천960만 원)을 풀었다.

1차 목표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다. 전 세계인들이 중국으로 몰릴 때, '짜잔~'하고 디지털 위안화를 전면적으로 쓰겠다는 게 중국인민은행의 속셈이다.

그런데 이게 중국 국내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훗날 한-중 무역에서도 '디지털 위안화'가 쓰일 수 있다. 중국은 그 표준을 만드는데도 치밀하게 준비한다. 지폐에서야 달러를 이길 수 없지만, 디지털 화폐에서는 이긴다…. 그들의 눈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화성으로 날아가고 있는 우주선도, 중앙아시아 초원을 달리는 화물열차도, 그리고 사이버 공간의 디지털 화폐도 그 최종 타깃은 미국이다.

중국은 지금 우주에서,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과 맞짱 뜰 태세를 갖추고 있다. 권력 싸움에 눈이 먼 우리 위정자님들만 모를 뿐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도낏자루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차이나랩 대표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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