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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난데없는 죽·김밥…셧다운 될라 '브런치' 사활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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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써 붙인 한 카페의 입구 모습. 추인영 기자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써 붙인 한 카페의 입구 모습. 추인영 기자

코로나19 악화로 ‘셧다운(일시 봉쇄)’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카페들이 마지막 생존묘수를 짜 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영업 제한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음식을 팔면 매장이용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최대한 활용해보려는 몸부림이다.

“빈 접시 쌓아두고 커피 마셔 주세요”

17일 손정아(40)씨는 최근 지인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브런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파스타 등으로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기 전 쟁반과 빈 접시 등을 반납하려다가 직원들에게 저지를 당했다. 직원은 “식기를 그대로 두고 커피를 드셔야 식사하는 곳으로 봐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손 씨는 “탁자가 너무 좁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치우려던 건데 어쩔 수 없이 빈 접시 위에 커피를 겹쳐 올려놓고 마셨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포장·배달만 된다’고 제한한 곳은 프랜차이즈형 카페, 제과점,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 가운데 커피와 음료·디저트류를 주로 판매하는 식당이다. 즉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카페라 해도 식사류를 주로 판매하면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는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브런치·죽·김밥 파는 카페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식사메뉴를 홍보하는 입간판을 내 건 서울의 한 카페. 이소아 기자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식사메뉴를 홍보하는 입간판을 내 건 서울의 한 카페. 이소아 기자

실제 많은 카페가 사실상 식당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홍익대학교 근처의 A 카페는 부랴부랴 ‘식사메뉴 주문 시에만 홀(hall) 이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서울 신촌 기차역 로데오거리의 B 카페 역시 이달 들어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만들어 입간판까지 세우고 손님 끌기에 나섰다. 이 카페 관계자는 “포장 판매만 했다간 가뜩이나 없는 손님을 스타벅스나 이디야 같은 곳에 뺏길 수밖에 없다”며 “앉아서 먹거나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 손님들을 공략하기 위해 브런치 메뉴를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 인구가 많은 로데오거리가 텅텅 빈 건 본 적이 없는데 이제 3단계로 올라가면 얼마나 어려워질지 잠이 안 온다”고 착잡해 했다.

죽을 데워 팔거나 김밥과 떡볶이 등 분식류를 팔기 시작한 카페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는 지난달 말부터 단팥죽·호박죽·버섯야채죽 등 3가지 메뉴를 커피 등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카페 주인은 “어떻게든 장사를 해야겠는데, 지방에서 죽 카페를 하는 지인이 아이디어를 줬다”며 “매출은 코로나 전보다 70% 가까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추위를 피해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간간이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시 식당 취식 금지될까

일각에선 정부의 영업제한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자칫 방역의 사각지대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타벅스·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형 카페와 제과제빵·아이스크림점은 엄격하게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3단계 격상 시 식당에서조차 음식 섭취를 금지하는 고강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많은 전문가가 식당의 경우 테이크아웃만 허용하고 아예 취식 자체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소아·추인영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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