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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가방 넣어 살해한 계모…"그 위에서 뛰며 술마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 사진은 피의자가 지난 6월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 사진은 피의자가 지난 6월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검찰이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 이준명)는 16일 오후 2시 316호 법정에서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모(41·여)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항소심서 무기징역 구형 “살인 의도 인정돼” 

검찰은 이날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1심에서 선고한 22년형은 가볍기 때문에 중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이 협소한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은 긴 시간 동안 피해자를 가둔 것도 모자라 가방 위에서 압박한 점으로 미뤄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방 압박하고 밟고 뛰면서 술도 마셔” 

검찰은 또 가방을 테이프로 감아 밀봉하거나 위급한 상황의 피해자를 보고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은 것도 범행 의도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황으로 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가방 위에서 밟고 뛰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며 “피해 아동은 피고인의 말 한마디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작디 작은 가방에 들어간 채 살려달라는 얘기조차 못 했다”고 설명했다.

성씨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학대 상습성을 인정하면서도 “큰 가방에 들어가게 된 것은 친자녀와 피해자의 다툼이 있었고, 피해자가 가방에서 소변을 봤다는 얘기를 피고인에게 한 것도 친자녀이고, 이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최후 변론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으로 잘못했다”며 “주시는 벌 달게 받고 고통받으면서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성씨는 지난 6월 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남이 전처 사이에 낳은 9세 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며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가두고 가방 안에 용변을 보자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4시간 가까이 가두는 등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 검증 결과 피해아동을 가둔 두 번째 가방은 몸보다 더 작아 가방 속에서 가슴과 배, 허벅지가 밀착되고 목이 90도로 꺾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씨는 이 가방에 피해아동을 가둔 뒤 “숨이 안 쉬어진다”는 호소에도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뛰는 등 계속 학대했다. 안으로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 넣기도 하고 숨을 쉬기 위해 지퍼부분을 떼어내고 손가락을 내밀자 테이프를 붙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아동은 총 13시간가량 가방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3일 오후 6시 30분께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지난 9월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부장 채대원)는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며 성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성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1월 2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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