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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朴정부 인면수심” 7년전 윤석열 정직 1개월때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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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해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다. 우리는 검찰개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해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다. 우리는 검찰개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징계위의 판단을 존중한다. 현직 총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검찰 내부의 과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해 한 말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징계 결정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당의 공식 반응과 달리 여권 내부에선 “고작 2개월 징계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은 “징계 사유 하나하나가 가지는 엄중함을 고려하면 정직 2개월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고, 민형배 의원은 “그간 작태에 비추면 새털처럼 가벼운 징계”라고 밝혔다. 열린민주당에서도 “징계위발 2개월 정직은 씁쓸하다”(김진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윤 총장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남국 의원은 “윤 총장이 더 이상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검찰총장은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책임지고 사임했다”며 김종빈·김준규·한상대 등 자진 사퇴한 전직 검찰총장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7년 전엔 1개월 징계에도 “인면수심”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주지청장이던 지난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두 달 뒤, 법무부가 수사 진행상황 보고 누락을 이유로 윤 총장을 징계하자, 민주당은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주지청장이던 지난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두 달 뒤, 법무부가 수사 진행상황 보고 누락을 이유로 윤 총장을 징계하자, 민주당은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포토

정치권에선 이런 민주당의 모습이 7년 전과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리자, 민주당은 “이 정도면 인면수심(人面獸心·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논평을 통해 “물 먹이고, 밀어내고. 당장 속이 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국민은 역사를 바꾸는 주체”라고 경고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꺼낸 징계 사유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면서 보고 절차를 여겼다는 것이었다. 이에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윤 지청장 건에서는 징계위원장 기피신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위는 강행되고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신경민 최고위원)며 징계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은 윤 총장의 징계위원 기피 신청에 대해 “대한민국 어떤 공무원도 본인의 징계위를 상대로 신상털기를 하거나 결과도 나오기 전에 소송을 거론하는 등의 행위로 징계위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법 기술을 활용하여 징계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검찰 쿠데타나 다름없는 행위”(신영대 대변인)라고 맹비난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지난 1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 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는 권고를 했음에도 법무부가 징계를 강행한 것도 논란거리다. 7년전에 1개월 정직 징계에 앞서 법무부 감찰위도 정직을 권고했다.

조국, 7년 전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

7년만에 180도 달라진 상황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근혜 정권 때만 해도 ‘검찰’은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에서 지켜주던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와서 갑자기 범죄집단이 되었다”며 “그사이에 검찰조직에 일어난 변화라곤 우병우 사단이 옷 벗은 것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윤 총장을 향해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고 적었다. 이 문장은 7년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남긴 글과 똑같은 글귀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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