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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승 11번, 이쯤 되면 US ‘코리아’ 여자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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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5일 미국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 추는 김아림. [AFP=연합뉴스]

15일 미국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 추는 김아림. [AFP=연합뉴스]

5타 차 열세를 뒤집은 역전 드라마. 이는 여자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US여자오픈에서조차 보기 드문 일이었다.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짜릿하게 역전 우승한 김아림(25)은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역사를 새로 썼다.

김아림, 우승과 풍성한 기록까지 #5타 차 뒤집은 역대 7번째 우승 #우상 소렌스탐과 영상통화 감격 #고진영도 마지막날 추격 준우승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각) 미국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15번 홀까지 3위권에 머물렀다. 드라마가 시작한 건 16번 홀부터다. 환상적인 아이언과 웨지 어프로치샷, 그리고 자로 잰 듯한 퍼트. 김아림은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성공했다. 이날만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김아림은 챔피언 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챔피언 조의 에이미 올슨(미국·2언더파)과 시부노 히나코(일본·1언더파)는 김아림을 따라잡지 못했다. 대기 텐트에 있던 김아림은 우승이 확정되자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자축했다.

3라운드까지 시부노에 5타 차 뒤졌던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서 최다 타수 차 역전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US여자오픈에서 5타 차를 뒤집은 역전우승은 이번이 7번째, 1995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25년 만이다. 김아림이 우승 직후 “소렌스탐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하자 소렌스탐은 대회 주관사인 미국골프협회(USGA)를 통해 영상전화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아림은 어쩔 줄 몰라하며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며 감격했다.

역대 한국인우승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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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비회원인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한 선수로는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 등 4명이 있다. 김아림은 5번째다. LPGA 투어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으로 장식한 경우는 역대 20번째다. L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10번째 비회원 선수로도 기록됐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5년, US여자오픈 10년 출전권을 확보했다. LPGA 진출에 대해 김아림은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겠다”고 대답했다.

역대 한국인우승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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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US여자오픈과 인연이 깊다. 1998년 박세리가 해저드에 빠진 공을 건지기 위해 맨발투혼을 펼친 끝에 연장전에서 우승한 대회가 이 대회다. 2008, 13년 두 차례 우승한 박인비를 비롯해 김아림까지 10명이 한국 선수가 11차례 우승을 합작했다. 김아림의 우승으로 최근 10년(2011~20년)만 따지면 7차례 우승이다. 김아림이 받은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00만달러(약 10억9000만원)다. 2016년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김아림이 5년간 받은 상금(15억7977만7601원)의 3분의 2를 한 대회에서 번 셈이다.

역대 한국인우승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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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과 우승 경쟁을 펼친 선수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해 이번에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에이미 올슨은 최종 라운드 전날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현장에서 응원하던 남편은 급히 집에 돌아갔고, 올슨은 홀로 마음을 추스르며 최종 라운드를 나섰다. 끝까지 선전했지만 아쉽게 준우승했다. 올슨은 “인생이 골프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느꼈다. 잘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25)은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올슨과 함께 준우승했다. 이번 준우승 덕분에 대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매기는 CME 글로브 레이스에서 45위에 올랐다. 상위 70위까지 나가는 LPGA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17일 개막) 출전권을 땄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달 LPGA에 복귀한 고진영은 “지금까지 출전했던 US여자오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다음 주 대회에도 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대회 직후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포인트 8.38점으로 2위 김세영(7.41점)과 차이를 0.97점으로 벌리고 1위를 지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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