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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인사 배치… 최고경영진 젊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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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60년대생 젊은 사장과 미래 사업 부문 임원들을 승진시킨 내용의 하반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정의선 시대'를 맞아 최고경영진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60년대생 젊은 사장과 미래 사업 부문 임원들을 승진시킨 내용의 하반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정의선 시대'를 맞아 최고경영진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부회장 2명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 젊은 사장들이 최고경영진에 합류하는 내용의 수시 인사를 실시했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사업 방향으로 제시한 개인항공모빌리티(UAM), 미래 차 연구·개발(R&D)과 로보틱스 등 신(新) 성장동력 부문에서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회장에 오른 후 첫 사장급 인사다.

외부 출신 장재훈 사장, 대표이사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차그룹은 15일 장재훈(56)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현대차 대표이사에 내정하는 등 하반기 수시 인사를 발표했다. UAM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신재원(61)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신임 대표이사는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현대차 고객가치담당,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 사업본부장 등을 맡아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 사장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UAM 사업 가속화의 역할을 맡고 있다.

신재원 현대차그룹 UAM 사업부장 사장

신재원 현대차그룹 UAM 사업부장 사장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는 조성환(59)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조 신임사장은 현대모비스의 R&D와 전장BU(사업부)를 담당해 온 모빌리티 전문가다. 현대차 구매본부장 정재욱(61)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위아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 신임사장은 그룹의 부품 개발 전문가로 전동화 핵심 부품 등 현대위아의 사업 구조 개편과 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대표이사에는 윤영준(63) 부사장(주택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윤 신임사장은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와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건설사업 경쟁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의 과제를 부여받았다.

미래 사업 분야서 젊은 인재 중용

미래 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핵심 사업분야에서도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 이규오(60) 전무와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54)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내년 출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지휘한 인물이다.

김 신임 부사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책임져 왔다. 로보틱스랩 현동진 실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1일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은 미래 사업의 20%를 로보틱스로 채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인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도 이뤄졌다. 현대기아차 CVC팀장 신성우 책임매니저, 현대차 경영분석팀장 윤구원 책임매니저,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 김택균 책임연구원, 현대캐피탈 데이터 사이언스 실장 이상봉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국내법무담당 이형민 책임매니저 등이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 신규 임원도 5명이 배출됐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 허현숙 책임매니저, 현대커머셜 CDF실장 박민숙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 최문정 책임매니저, 현대건설 일원대우재건축 현장소장 박인주 책임매니저 등이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 배출됐다”며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고 밝혔다.

김세훈(왼쪽) 현대차그룹 연료전지사업부장과 이규오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세훈(왼쪽) 현대차그룹 연료전지사업부장과 이규오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미래 고객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전동화·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UAM·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회장단 시대 끝났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이 계열 분리할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을 도와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던 1세대 경영진들은 사실상 모두 회사를 떠났다.

이번 인사에서 김용환(64) 현대체절 부회장과 정진행(65) 현대건설 부회장이 퇴진했다.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도 두 부회장과 함께 고문으로 물러난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左),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右)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左),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右)

한때 9명까지 있었던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취임할 당시 7명이었던 부회장들은 이제 정태영(60) 현대카드 부회장과 윤여철(68) 노무당당 부회장만 남았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그룹의 핵심으로 여겨진 재경·정공(현대모비스의 옛 이름인 현대정공을 의미) 라인도 의미가 없어졌다. 현대차 대표이사에 외부 출신 장재훈 사장이 내정됐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UAM 사업부문도 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이 책임진다. 연구개발본부는 이미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이끌고 있다.

재계에선 197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정의선 회장이 50대 사장들을 실무 중심으로요직에 배치한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리와 조직 중심의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실무와 관리를 혼합한 형태로 바뀌는 셈”이라며 “순혈주의를 파괴하고 미래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재무와 단기 수익에 중점을 두던 그룹의 사업 방향이 실무와 성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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