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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전격 CEO·사장 인사…정의선 체제 가속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기에 빠진 현대차그룹이 CEO, 사장단 인사로 인적 쇄신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뉴시스]

위기에 빠진 현대차그룹이 CEO, 사장단 인사로 인적 쇄신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뉴시스]

실적 악화로 위기에 빠진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양웅철·권문식 R&D 쌍두마차 퇴진 #부회장은 6인 체제로 다시 재편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에 #지영조 사장 승진, 미래 전략 맡아

지금까지 그룹 성장을 주도했던 최고경영자(CEO) 그룹이 대거 2선으로 물러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영입을 주도했거나 모빌리티(이동성) 등 미래 차 분야 전문가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른바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변되는 미래 차 분야로의 변화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12일 CEO 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왼쪽부터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12일 CEO 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왼쪽부터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12일 현대·기아차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12월 정기인사에선 임원 승진 등 인사만, CEO급 인사는 수시로 해왔지만 이례적으로 정기인사를 앞두고 CEO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올해 지배구조 개편에 실패하고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그룹으로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 수석 부회장의 친정체제를 가속화하는 의미가 있다.

이날 인사에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분야 쌍두마차로 불렸던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과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위촉되며 2선으로 물러났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74학번 동기인 두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서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웠다. 포드 출신인 양 부회장과 옛 현대정공(모비스) 출신인 권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표방해 온 ‘품질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인물들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R&D 수장 역시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판단이었다.

그룹 기획·전략을 총괄했던 김용환 부회장도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전략 전면에서 물러났다.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도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올해 초 이형근·김해진 부회장 퇴진으로 7명으로 줄었던 그룹 부회장단은 정 수석부회장이 승진한 뒤 양·권 부회장이 퇴진하고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하면서 5인 체제가 됐다. 지난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승진으로 정몽구 회장 아래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5명의 부회장이 보좌하는 모양새가 됐다.

알버트 비어만(왼쪽)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은 외국인 최초의 그룹 연구개발본부장에 됐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지영조 부사장(오른쪽)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알버트 비어만(왼쪽)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은 외국인 최초의 그룹 연구개발본부장에 됐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지영조 부사장(오른쪽)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이 영입을 주도했거나 그룹 구조개편에 참여했던 인사는 전진 배치됐다. BMW 출신인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이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으로 2016년 그룹에 합류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에, BMW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미래전략을 맡아온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도 사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스마트시티·모빌리티·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과제 추진을 책임지게 된다.

공영운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 서보신 현대·기아차 생산품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왼쪽부터) [사진 현대차그룹]

공영운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 서보신 현대·기아차 생산품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왼쪽부터) [사진 현대차그룹]

그룹의 위기상황을 맞아 대외협력과 홍보 부문도 공영운 홍보실장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켜 총괄하게 했다. 언론인 출신인 공 신임사장은 2012년부터 그룹 홍보실장으로 재직해 왔으며 현대건설로 옮긴 정진행 신임 부회장이 맡던 대외협력 업무까지 책임지게 됐다.
현대케피코 박정국 사장은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조정2실장 여수동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병인 사장으로 발령했다. 신임 현대오트론 대표이사엔 현대파워텍 문대흥 사장이, 신임 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엔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 방창섭 부사장이 임명됐다. 산학협력과 R&D 육성 계열사인 현대엔지비 대표이사엔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 이기상 전무가 내정됐고 현대캐피탈 코퍼레이트 센터부문장 황유노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문대흥 현대오트론 사장, 황유노 현대캐피탈 코퍼레이트 센터부문장 사장,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법인 사장

문대흥 현대오트론 사장, 황유노 현대캐피탈 코퍼레이트 센터부문장 사장,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법인 사장

 이밖에 현대·기아차 생산개발본부장 서보신 부사장은 생산품질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현대글로비스 경영지원본부장 이건용 전무와 현대오트론 조성환 부사장은 각각 현대로템 부사장,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부본부장으로 발령했다.

현대·기아차 생산품질담당 여승동 사장, 현대모비스 임영득 사장, 현대다이모스 조원장 사장, 현대제철 강학서 사장, 현대로템 김승탁 사장 등은 고문에, 현대엔지비 오창익 전무는 자문에 위촉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중국 및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임원 인사에 이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며 “특히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경영진들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대대적인 인적 쇄신 속에서도 안정감과 균형감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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