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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쌀 때 미국 주식? 미국인도 탐내는 국내 주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원화가치가 1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역대급 저환율인데요. 옛날 옛적, 해외여행이 가능했던 시절이라면 ‘엇! 달러가 무척 싸군, 여행 가기 딱 좋을 때다’ 할 수 있었겠죠. 물론 지금도 ‘달러가 싼데, 블랙프라이데이에 직구를 해 볼까’ 할 수도 있지만요. 달러로 사는 미국 주식은 어떨까요? 사기 좋은 때일까요, 나쁜 때일까요?

달러 약세로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셔터스톡

달러 약세로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셔터스톡

#롤러코스터 탄 달러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원화가치를 롤러코스터에 태웠습니다. 팬더믹 공포가 정점에 달하던 3월 원화가치는 최저점을 찍었습니다. 3월 19일 원화가치는 달러당 1285.7원. 거의 1300원에 육박했습니다. 이후엔 조금 올라(환율은 내림) 4월까진 1220원 안팎을 유지하다 6월이 시작되며 또 한차례 올라 1200원 안팎의 원화가치가 8월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게머니]

=9월 이후 원화가치의 상승세(환율 하락세)는 아찔하게 가팔라졌고, 지난 3일에는 달러당 1100원 선이 깨졌습니다. 7일과 8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082.1원에 마감했는데, 3월 19일과 비교하면 무려 203.6원(18.8%)이나 오른(환율은 내림) 겁니다. 한 주에 1000달러짜리 주식을 사려면 3월엔 128만원 넘게 줘야 했지만 이번 달엔 108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거죠.

3월에 거의 1300원까지 육박했던 환율은 이번 달 들어 1100원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화면은 NH투자증권 MTS 화면 중 캡쳐.

3월에 거의 1300원까지 육박했던 환율은 이번 달 들어 1100원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화면은 NH투자증권 MTS 화면 중 캡쳐.

#비싼 원화 주식은 왜 잘 팔리나

=하지만 주식은 여행이나 직구로 물건을 살 때와 달리, 달러가 쌀 때 사는 게 무조건 이득은 아닙니다. 여행과 물품구매는 그 시점에 한 번 환전하고 끝나지만, 주식은 살 때와 팔 때 두 번 환전하게 되는데 두 시점의 환율 차이로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해외 주식투자를 할 땐, 내 나라의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투자하려는 나라의 화폐가치가 오르는 게 좋습니다. 주식으로 수익이 안 나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이걸 누릴 수 있습니다. 달러는 약세이고 엔화·원화는 강세인데, 한국은 이미 수출 실적이 좋아졌고 내년엔 더 좋아질 기업이 있으니 한국 주식을 사서 꿩(매매차익) 먹고 알(환차익) 먹고 하려는 거죠. 최근 원화가치가 큰 폭 오른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며 코스피가 ‘역사상 최고점’을 갈아치웠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갈아치워 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서학개미는 사는데요 

국내 투자자의 월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투자자의 월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겠다고 몰려드는 때에, 한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사러 가는 건 파도를 거스르는 걸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약달러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주식은 한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미국 주식을 산 금액을 보면, 이번 달 들어서도 매일 1억 달러 이상을 순매수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100원이 깨지면서 금액은 줄어들긴 했지만, 원화가치가 저점이던 3·4월에는 일평균 순매수 금액이 1억 달러를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이 더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지금 많이 낮아진 달러 가치가 앞으로는 혹은 적어도 언젠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물론,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원화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달러가치가 더 떨어진다 하더라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베팅한다면, 미국 주식은 지금 같은 약달러에도 오히려 더 해 볼 만한 선택지가 됩니다. 결국 같은 약달러 상황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하느냐에 대한 생각에 따라 투자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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