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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김기덕 추모는 잘못됐다" 영화계서 터져나온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영화 거장' 김기덕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예술계에서 김 감독의 추모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감독 김기덕. 연합뉴스

영화감독 김기덕. 연합뉴스

영화계에 기여한 공로만큼이나 성폭력 의혹도 김 감독의 삶에서 중요하게 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화 '기생충' 영어자막 번역가로 잘 알려진 달시 파켓은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18년에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나는 수업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며 “만약 누군가의 삶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적었다.

달시 파켓 SNS 캡처

달시 파켓 SNS 캡처

파켓은 또 "나는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관심이 없다"면서 "그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화평론가이자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의 남편 피어스 콘란도 자신의 SNS에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해 험담하고 싶었던 충동을 참았다”며 “그가 촬영장에서 했던 끔찍한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그에 대한 애도가 (특히 서양권에서) 쏟아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슬펐다”고 털어놨다.

콘란은 “그가 영화계에 기여한 공로는 절대 잊어선 안 되겠지만, '괴물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어스 콘란 SNS 캡처

피어스 콘란 SNS 캡처

국내 영화계에서도 단체 차원의 공식 추모나 애도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이 영화제에서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기도 하다. 2012년엔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미투(Me too)'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 활동을 이어오다 11일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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