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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부터 온 日 의료붕괴 “분만 못한 임산부, 코로나 피난행렬”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카와(旭川)시 적십자병원. 아사히카와 후생병원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 최근 이 병원으로 이송된 30명의 임산부가 또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곳 산부인과 병동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원내에서의 분만이 전면 중단되면서다.

지난 9일 아사히카와에 파견된 자위대 의료 인력이 요시다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캡처]

지난 9일 아사히카와에 파견된 자위대 의료 인력이 요시다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캡처]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마취과 의사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 전신마취 수술이 시급한 상당수 환자에게 그 불똥이 튀었다.

이런 상황에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지방 도시에서부터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집단감염이 지역 의료에 심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이 사례를 전했다.

아사히카와 주요 병원 집단감염…"의료붕괴 다가왔다" 

실제 코로나19에 따른 아사히카와의 의료 과부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의 5개 주요 병원 중 하나인 아사히카와 후생병원과 요시다(吉田)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결정타였다.

지난 10일 기준 후생병원에선 확진자 258명에 사망자 25명, 요시다 병원에선 확진자 201명에 사망자 31명이 나왔다. 이 부담을 나머지 3개 병원의 의료진이 고스란히 떠안으며 문제가 커졌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 후생병원 전경. [연합뉴스]

집단감염이 발생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 후생병원 전경. [연합뉴스]

인구 약 33만명의 아사히카와의 최근 1주일간(12월 2~8일)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는 59.7명으로 오사카시(36.2명)나 삿포로시(38.5명)를 크게 웃돈다.

아사히키와 적십자병원 마키노 겐이치(牧野憲一) 원장은 마이니치신문에 “이미 평상시 의료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다른 병원에서 잇따라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시의 의료 체계는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가세 키요시(長瀬清) 홋카이도 의사회 회장은 “시의 병원은 그 주변 지역의 환자도 진찰하고 있다”며 “이미 의료 체제의 붕괴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위독한 난치병 환자들 어쩌나 

마이니치신문은 위독한 난치병 환자가 당장 의료붕괴의 주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스다 야스코(増田靖子) 홋카이도 난치병연합 대표는 “감염이 두려워 진찰이 이뤄지지 않다는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며 “난치병 환자는 약간의 컨디션 변화가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같은 사태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일본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키노 원장은 TV아사히에 “(의료붕괴가) 홋카이도에서 먼저 일어났지만, 앞으로 전국 어느 지방에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도시오(中川俊男) 일본의사회 회장도 “아사히카와의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전국에서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고 내다봤다.

자위대 투입됐지만…日 전역으로 번질 땐 역부족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가 지난 2월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가 지난 2월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일본 정부는 아사히카와에 자위대를 투입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모두 10명 간호 인력이 5명씩 2개 팀을 이룬 자위대는 지난 9일부터 아사히카와 2곳 병원에서 의료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인력으로 사태를 호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 와중에 오사카부에서도 자위대 파견 요청이 들어와 방위성은 오는 15일부터 '오사카 코로나 중증 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 의료제도연구회의 혼다 히로시(本田宏) 부이사장은 마이니치신문에 “그렇지 않아도 지방 의료 기관에선 감염증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 의료 종사자가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병상이 만원이 되면 곧바로 의료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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