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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만명’ 고용쇼크, 코로나 끝나도 안 끝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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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일자리 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일자리 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집값이 계속 오르고 가계 빚은 빠르게 늘면서 경제 위험 요소인 ‘금융 불균형’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도 상당 기간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에도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만일 상황이 더 나빠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하면 민간소비는 17%가량 위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역대 위기와 일자리 충격 비교 #환란 땐 -148만명, 회복 31개월 걸려 #코로나 6개월간 34만명 만회 그쳐 #“경기 반등해도 고용회복 더딜 것” #집값 뛰며 빚 급증, 금융 불균형 경고

한은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유럽에선 지난 10월 이후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지난달 20만 명을 넘나들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 연속으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700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과 방역 조치 강화로 민간소비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다수의 백신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조기 상용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백신) 접종 본격화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고용시장에 미친 충격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내용도 담았다. 97년 12월 외환위기 발생 이후 8개월간 취업자 수는 148만 명 줄었다. 당시에는 23개월에 걸쳐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취업자 수 감소부터 회복까지 31개월이 걸린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6개월간 취업자 수가 25만 명 줄었다. 이후 10개월에 걸쳐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감소부터 회복까지 16개월이 걸렸다.

위기별 고용감소 규모 및 회복기간

위기별 고용감소 규모 및 회복기간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충격을 고용시장에 안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월의 두 달간 취업자 수 감소 폭은 102만 명에 달했다. 지난 5월부터 취업자 수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 지난 5~10월의 6개월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4만 명에 그쳤다. 3분의 1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부문별로는 숙박·음식, 도·소매, 교육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과 임시일용직의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번에도 취업자는 비대칭적 회복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취업자 수가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줄었지만 코로나19 종식 신호가 확실해지고 경기 반등이 시작되더라도 고용 충격이 사라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기업의 도산이 대량 해고로 이어지면서 실업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선 조업중단, 수요위축 등으로 일시휴직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시휴직자의) 복직이 상당 부분 이뤄질 때까지 신규 채용이 축소·연기되면서 고용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업의 일시휴직자 복직률은 36.8%(지난 3∼10월)로 제조업(47.6%)·건설업(45.5%)보다 낮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금융 불균형 위험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봤다. 가계대출은 예년 수준을 웃도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부총재보는 “단기적인 (주택) 수급 불균형과 낮은 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고 전세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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